Ⅰ. 서 론
2022년 12월 22일, 교육부에서는 언어와 디지털 소양을 교육 전반에서 중요하게 보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였고, 그와 함께 디지털 문해력 향상 등을 위한 선택 과목을 신설하였다(교육 부, 2022). 여기서 강조하는 ‘디지털 문해력’이란, 개인이 어떠한 정보를 접하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의 릴스와 같은 플랫폼들이 모두 1분 내외의 숏폼을 주 콘텐츠로 사용하여 큰 인기를 얻은 것처럼, 우리의 시대는 수없이 많은 정보들을 최대한 더 빨리, 최대한 더 뭉쳐서 전달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부가 위와 같은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은 아마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가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압축화의 과정 속에서 우리의 춤은 어디에 있을까?
춤은 비언어적 텍스트이며 은유적 색채가 강한 예술이다. 움직임 안에는 내재된 의미가 있고, 관람자는 그런 의미를 찾아가는 것에서 의의를 얻는다. 숏폼의 시대이지만, 이미 압 축되어 있는 예술을 또 한 번 압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의미가 압축되어 있는 춤의 동작들을 정리하고,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기호학적 분석 연구를 통한다면 이러한 압축화의 시대 속에서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춤의 자리를 조금 더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기호로 각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말이 있다(이도흠 2003, 7). 우리 가 횡단보도와 그냥 도로를 구별할 수 있고, 신호등의 색을 통해 건널 때를 구별할 수 있 듯,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꼭 필요한 기초적인 수학, 문학, 언어, 예술 등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은 사실 기호라고 부를 수 있다. 이는 인간이 서로 약속하여 만들어낸 것으로, 우리 가 살아가는 세계는 그런 기호들의 규칙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기호들을 다루는 기호 학은 20세기 언어학자 페르디앙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와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로부터 출발하여 정립된 서구의 해석학적 방법론이다. 이번 논문은 소쉬르로부터 그레마스(Algirdas Julien Greimas)에게로 이어지는 기호학적 확장의 접근 방식을 통해, 전통춤의 역사성과 공연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현장의 일시성으로 부터 현대적 의미를 찾아 보려는 시도이다. 이러한 시도는 관객들의 전통이라는 단어로부 터 나오는 심리적 부담감을 낮추는 데에 도움을 주고, 공연이라는 수단의 일시성과 불확실 성을 안정시키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춤 중에서도 「승무」는 전통적인 불교 의식과 민속의 장단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우리나라 전통춤의 백미로 꼽히곤 한다(김명숙 2007, 9). 그런 만큼 「승무」는 춤사위의 외 면적 동작 외에도 춤이 가지고 있는 내면적 의미의 해석이 매우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이다. 춤 동작마다 각각 다른 깊은 의미가 있어 현대의 일반적인 관람객이 쉽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승무」를 중점적으로 해석해 보려고 한다. 「승무」는 한국 전통춤 독무 가운데 최초로 국가무형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그만큼 「승무」를 해석하 는 데에는 큰 가치가 있고, 해석을 통해 많은 관람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모든 「승무」의 내용을 해석해 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번 논문에서 는 먼저 최초로 국가무형우산으로 지정된 한영숙류 「승무」, 그 중에서도 그의 제자 중 하 나인 정재만류 「승무」에 대해서 다루어 보려고 한다.
정재만(1948-2014)은 현재까지도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남성 무용수 중 하나이다. 그는 1972년 제7회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최초의 남자 무용수이며, 국립무용단 단원과 국립국악원 수석무용수를 거쳐 숙명여대 명예교수를 역임하였다. 정재 만은 2000년 「승무」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으며, 한영숙의 맥을 잇는 전통춤의 계승과 발 전을 위해 노력하였다. 따라서 한영숙으로부터 정재만으로 이어지는 「승무」에 대해 연구 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러한 「승무」와 관련된 선행연구 중 한영숙제 정재만류 「승무」와 관련된 국내 학술논 문은 정용진(2020), 윤하영, 차수정(2017), 윤하영(2016)의 총 3편이고, 학위논문은 김효 은(2024), 윤하영(2017), 서성원(2005), 손영미(2004)의 총 4편이다. 주로 정재만 「승무」 의 가치와 예술세계에 대한 것으로 「승무」의 표현기법을 통해 본 독특한 미적 특질과 동작 을 분석하는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다. 전통춤과 기호학에 관련된 논문은 김효은, 이민희, 차수정(2023), 정용진(2020), 김지원(2006, 2016), 민성희(2008), 정재만, 민성희(2002)의 6편이다. 연구의 내용을 살펴보면, 「승무」의 경우 한 과장을 한 가지의 기호학적 특성으로 분석하였으며, 살풀이춤의 경우 춤의 철학적 접근을 기호학적으로 분석하였고, 춤사위를 이항대립으로 분석하여 연구하였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는 다른 선행연구와의 차별성을 위해 정재만류 「승무」의 여러 과장 중에서도 타령 과장에 나타나는 춤사위를 연구하고, 내재된 의미를 소쉬르의 이항 대립과 그레마스의 의미생성모델, 행동자모델, 기호학적 사 각형의 4단계로 접근하여 해석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정재만류 「승무」 중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국가무형유산 이수용(이하 정재만 류 「승무」) 「승무」 가운데 기존 연구에서 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타령 과장만으로 연구의 범위를 제한하여 진행하였다. 한영숙제 정재만류 「승무」는 크게 5개의 과장으로 구분된다. 염불 과장, 타령 과장, 굿거리과장, 북과 당악 과장, 그리고 굿거리과장의 순이다. 그 중 타령 과장은 남성적이고 경쾌한 동작이 돋보이는 과장으로, 처음에는 삼현 타령으로 시작 하여 느린 허튼타령, 중 허튼타령으로 진행되며, 끝에는 자진 타령 과장으로 점점 빨라진 다. 염불 과장과는 다르게 타령 과장의 경우 비교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 나 타령 과장은 춤꾼이 가지고 있는 장단에 대한 해석과 춤의 다양한 움직임을 통한 강약 조절이 있으며, 동작 각각 개별적으로 가지는 의미의 깊이가 깊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는 타령 과장을 주로 다루고자 한다.
이는 다양한 의미와 해석의 산물인 「승무」 타령과장을 언어화시키는 작업으로, 한영숙 제 정재만류 「승무」 타령 과장을 기호학과 연관하여 연구하는 것은 전통춤 연구의 보전과 발전에 보다 의미있는 가치를 더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본 연구는 「승무」의 타령과 장 안에 내재한 춤의 기호학적 접근을 통해 춤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연구하는 데 목적이 있으며, 타령과장에 내재된 다양한 의미와 춤동작 분석으로 다각적인 해석 연구가 되고자 하는 것에 연구의 의의를 가진다.
Ⅱ. 현대 기호학 고찰 및 그레마스 기호학
1. 소쉬르 기호학의 기본이론
소쉬르의 언어학은 이항 대립 구조를 기초로 랑그(Lngue)와 파롤(Parole)로 언어가 구성 된다고 본다. 랑그란 언어의 규칙이나 문법 체계, 심층구조를 말하고, 파롤은 언어의 변이 체로 말을 하는 행위, 즉 개별적인 행위를 뜻한다(김성도 2002, 31). 무용 분야에서는 랑그 를 춤의 기본순서로, 파롤을 실제 춤을 추는 행위로 설명하기도 한다. 다른 예시로는 장기 가 있다. 장기의 규칙은 랑그이고, 장기를 두는 행위는 파롤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랑 그와 파롤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정해진 순서나 설명 없이는 행위가 있기 어렵고, 행위가 실제로 있지 않다면 규칙은 만들어질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언어의 기호체계를 다음 <도판 1>과 같이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로 구성된다. 기표 즉 시니피앙은 문자나 발음같이 의미를 전달하는 전달체로 물직적 형식을 의미하고, 기의 즉 시니피에는 기표를 통해 전달되는 대상이나 의미로 기호가 내재하는 추상적 개념 이자 메시지를 의미한다(김지원 2010, 29).
기표와 기의에 대한 예시로, ‘나무’라는 청각적 언어인 기표를 머리에 떠올려 보자. 시각 적 이미지 를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시각적 이미지인
를 사용할 수도 있고, 반대 로 ‘사과’라는 청각적 언어인 기표가
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기표와 기의 즉, 나무라 는 청각적 언어는 우연히
와 결합된 것이다. 기표도 자의적이고, 기의도 자의적이다. 이것을 소쉬르는 기호의 자의성이라 하였다.
소쉬르의 기호학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한 가지는, 한 가지의 기호는 다른 기호와의 관계 속에서 그 기호가 가지는 자신의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즉, ‘나무’라는 기호 의 의미는 ‘꽃’도 아니고, ‘풀’도 아닌 다른 기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쉬르는 이러한 기호의 특성을 ‘가치’라고 명명하였다. 앞서 언급한 기표와 기의의 상호작용이 의미작용이 라면 기호와 기호 간의 상호작용이 바로 가치이다(안나용 2008, 11). 이에 대한 또 다른 예로, 은 나비이다. 불어로는 papillon라고 한다.
은 나방이다. 불어로는 똑같은 papillon이다. 만약 어떤 한 공간에 나비와 나방이 날아다닌다고 하면 한국 사람들은 나비 와 나방의 2가지 종류의 곤충이 날아다닌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종류의 곤충인 papillon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한국에만 나방이라는 이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어는 약속된 기호체계이며, 언어의 내적 메커니즘에 의해서 의미가 발생한다. 따라서 인간은 언어에 갇힌 존재이다.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것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쉬르는 언어를 기호라고 하였다. 이러한 이항 대립은 아래 <도판 2>와 같이 반대 개념을 이야기한다.
공간의 대립은 시간, 여자의 대립은 남자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과 인간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인 문화를 대립적 요소로 보았다. 소쉬르는 언어의 연구 방법에 대하여, 통 시적 연구와 공시적 연구로 구분하였다. 통시적 연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언어의 변천사 를 연구하는 것이고, 공시적 연구는 정해진 한 시기의 언어의 구조, 체계, 상태 등을 연구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체스에서 왕이 잡히기 전이라면 2가지 방법으로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왕이 옆으로 한 칸 피하면 된다. 둘째, 근처의 폰 등의 말을 움직여 왕을 막아주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체스의 규칙과 주변 말들의 위치 관계이지 지금까지 체 스를 어떻게 두었는지에 대한 복기는 필요 없다. 이처럼 언어를 연구하는 것에 대하여도 소쉬르는 통시적 연구보다는 공시적 연구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것을 현대의 춤 적인 부분에 적용하여 보면 춤에 있어서는 물론, 춤이 어떻게 진행되고 전해져 왔는지도 중요하 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추어지고 있는 춤이 현재에는 가장 중요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 논리라고 보인다.
2. 그레마스 기호학의 개념과 구조
그레마스는 프랑스 언어학자로, 파리의 기호학파로 활동하며 기표와 기의가 결합하여 만들어내는 의미작용을 구조적으로 파악하여 이론화하였으며, 대표적으로 의미 생성 모델 (Generation Model), 행동자 모델(Actant Model), 기호학적 사각형(Semiotic Square) 등의 개념을 창시한 기호학자이다(김효은, 이민희, 차수정 2023, 59).
1) 의미 생성 모델
그레마스 의미 생성 모델은 3단계 층위를 구성한다. 의미 생성 모델은 관객 또는 수용자 가 받고자 하는 메시지가 결국 겉으로 보여지는 표층적 이미지와 스토리의 서사성에서 만 들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모델이다. 정명기에 의하면, 의미 생성 모델의 분석과정 은 크게 표층구조-서사구조-심층구조의 세 단계의 층위로 구별하여 메시지의 의미를 밝 힐 수 있는데, 심층구조-서사구조-표층구조의 역순 또한 이용된다고 하였다(고대신문, 2006년 9월 3일). 이를 토대로 도식화하여 나타낸 관계는 <도판 3>과 같다.
그레마스 기호학의 의미 층위의 첫 번째 단계인 표층구조는 겉으로 보이는 비주얼 이미 지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기호에 해당한다. 서사구조는 표층구조와 심층구조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한다. 이는 관객이 작품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 장치이다. 관객 즉, 수용 자는 결과물인 작품의 기호가 아닌 작품 또는 비주얼 이미지 속 스토리에 몰입하는 과정 안에서 자연스럽게 기호들을 인지하고 그 의미들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의 심층구 조에서는 주체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만들어진다. 이 단계에서 창작자 또는 무용수가 관객에게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문화적 코드가 드러난다. 기호학적 사각형의 심층 구조에서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역으로 표층구조와 서사구조의 전제로 의미하게 된다.
2) 행동자 모델
행동자 모델에서 행동자는 전통적인 인물과 인물의 개념을 대체하여 인간을 포함한 동 물과 생명이 없는 물체, 추상적인 개념들을 아울러 사용할 수 있다(임운주 2015, 482). 그 레마스는 프롭의 연구로부터 영감을 얻었는데, 프롭의 6단계 보편적 흐름을 ‘기능’들의 영 역으로부터 ‘행동자’의 영역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총 6개의 행동자 기본 요소(발신자, 대상, 수신자, 조력자, 주체, 대립자)를 구성하였다(한지영 2019, 275). 즉, 행동자는 서사적 심층 구조에서 인물들이 유지하는 여섯의 요소를 말하고, 그것은 아래 <도판 4>에서와 같이 각 요소들이 표층적 이야기의 흐름에서 맡는 역할로, 각각의 행동자는 3개의 쌍을 획득하게 된다.
‘주체’는 찾는 사람이고, ‘대상’은 찾고자 하는 대상이며, ‘발신자’는 무엇을 보내는 사람, ‘수신자’는 발신자가 보내는 무언가를 받는 사람, ‘조력자’는 행동을 돕는 사람이고, ‘대립 자’는 그것을 방해하는 사람이다(안나용 2008, 23). 그레마스 행동자 모델은 작품의 등장 인물 사이의 소통 관계를 표시하는 것이다. 주체와 대상, 발신자와 수신자, 조력자와 대립 자의 대립을 통해 작품의 내부에서 등장인물들이 형성하는 관계를 드러내는데 이를 통해 작품 즉, 텍스트가 사건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그레마스의 행동자 모 델은 세 개의 쌍을 가지는데, 첫 번째 쌍은 주체와 대상이다. 주체와 대상의 관계 설정은 욕망의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주체와 대상의 이항관계는 주체가 대상을 획득하거나 소유 하고자 하는 욕구 혹은, 욕망의 관계로 규정할 수 있으며 주체는 텍스트에서 대상을 추구 하고 욕망하는 서사 행로를 수행하고, 대상은 주체의 욕망적 대상으로 욕구 되는 것으로 욕망의 대상이 없는 주체는 존재 근거가 없는 것이다(백승국 2016, 59). 서사구조의 긴장 감과 대립의 이항관계를 조성하는 것은 두 번째 쌍인 조력자와 대립자의 쌍의 역할로, 이 들은 역동적인 힘의 경쟁과 대립의 차원에서 서사 행로를 이어가며 행동자들은 주체와 대 상의 관계에 개입해 어떤 행동자를 돕거나 방해하는 역할을 한다(백승국 2016, 59). 주체 가 설정한 가치 대상을 획득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조력자와 가치 대상 획득을 방해하고 반대하는 대립자의 관계가 긴장감을 조성하게 된다. 발신자와 수신자관계인 마 지막 이항 쌍은 소통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이들은 주체와 대상의 관계와 관련하여 구분되 는 ‘능력의 축’을 형성한다(한지영 2019, 275).
3) 기호학적 사변형
그레마스의 기호학적 사변형은 소쉬르의 이항 대립의 확장된 학문으로 위 <도판 2>의 소쉬르의 이항 대립 예시에서 ‘공간’의 대립이 ‘시간’도 가능하지만 ‘공간이 아닌 것’도 가 능하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는 ‘크다’의 대립은 ‘작다’이지만 ‘크지 않다’ 또는 ‘작지 않 다’라고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레마스는 <도판 5>와 같이 관계의 확장을 증명함으로 이항 대립의 범위를 확장하였 다. 그레마스의 기호학적 사변형은 의미를 구조적으로 파악하고 생성하는 기호로 본 연구 에서는 타령과장의 내적 이항대립의 의미 범주 안에서의 변화와 관계를 표현하였다(박재 문 2022, 21). 기호학적 사변형은 그레마스 기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작용’에서의 최소 단위인 ‘의소’를 대립 관계, 함의 관계, 모순관계로 성립시켜야 하는 법칙을 가진다(김효은, 이민희, 차수정 2023, 59). 기호학적 사변형에서는 먼저, 의소들의 관계성에 중심을 두고 S1과 S2의 관계가 설정된다. 이를 통해 의미관계가 적용되는 기본구조(S1, S2, S1, S2)를 제시한다. 이러한 관계를 그레마스 기호학적 사각형 모형으로 표현하면 <도판 5>와 같다.
<도판 5>의 S1과 S2, S1과 S2는 대립 관계이다. S1과 S1, S2와 S2는 모순관계이다. 이는 사전적 의미로는 ‘사물의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관계’로 ‘크다’와 ‘크지 않다’, ‘작다’와 ‘작지 않다’의 관계이다. 마지막으로 S1과 S2, S2와 S1은 함의 관계이다. ‘초과’는 ‘미만이 아닌 것’ 즉, ‘이상’에 포함되고 ‘미만’은 ‘초과가 아닌 것’ 즉 ‘이하’에 속한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계를 함의 관계라고 한다.
이처럼 의소들을 명확히 규명하여 의미 분석적 논리 구조를 이해하는 것을 통해 그레마 스 기호학적 의미 생성 모델의 해석적 이해가 정교해질 수 있다. 그레마스 또한 이러한 연구를 통해 그레마스 의미 생성 모델을 완성하였다. 그레마스는 문화의 전 영역을 아우르 며 창조적 기호학 이론과 일반 인식론 개념을 창시한 기호학자로 그의 행동자 모델, 서사 프로그램, 의미 생성 행로, 기호학적 사변형 등의 개념은 독창적이며 생산성이 탁월한 구 조주의 의미론자 또는 생산적 기호학자로 불리기도 한다(정유현, 이태구 2019, 311).
Ⅲ. 정재만류 「승무」 타령과장 분석
정재만류 「승무」 타령 과장에 나타난 춤동작 분석을 위해 먼저, 장단과 박자를 사용하여 「승무」를 분절하였다. 음악에 사용된 경기 대풍류의 타령은 삼현 타령 6장단, 느린 허튼타 령 12장단, 중 허튼타령 24장단, 자진 허튼타령 24장단의 순서로 연주된다(이성도 2020, 16). 본 연구에 진행된 타령 과장은 삼현 타령 6장단, 느린 허튼타령과 중 허튼타령 40 장단으로 그 중, 마지막 장단은 넘어가는 1장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타령의 1장단은 3소박 4박자로 구분되는데, 본 연구자는 연구를 위하여 1장단을 이루는 하위 단위인 4박자를 각 각으로 분절하여 1박씩 텍스트화하였다. 이를 통해 표층 영역에 나타나는 춤동작을 연구하 여 심층 영역의 함축적 의미와 타령과장의 서사구조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표층적 구조의 「승무」 사진을 통한 춤동작 명칭을 설정하였다. 정재만류 「승무」의 춤사위 용어는 서성원(2005), 이정아(2003), 정용진(2002)의 논문과 연구자의 연구를 바탕 으로 논문에 맞게 재구성하여 정의하였다. 타령 46장단의 진행순서에 따라 각 장단의 주요 동작의 용어와 춤동작 사진을 <표 1>과 같이 정리하였다.
표 1
타령과장의 표층적 춤 사진과 동작 명칭
(Names of superficial dance photos and movements of Taryeonggwajang). 사진출처: 저자직접촬영. 김효은 Kim hyoeun. 『승무 Seungmu』. 2023. 9. 21. 숙명여대 새빛관[Sookmyung Women’s University Saebit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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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령과장의 표층적 연구를 진행하면서, 「승무」 안에 내재된 의미를 해석하였다. 먼저 장 삼을 뿌리는 경우 큰 동작으로 힘차게 뿌리지만, 그와 연결되는 동작은 우아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최미란, 박미영 2023, 141). 이를 통해 절제된 동작과 동적이고 적극적인 움직임이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서로 반대되는 요소들이 조화롭게 한 작품 안에서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승무」의 사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직선과 곡선 의 움직임이 무용수와 장삼의 동선에서 함께 드러나는 점에서, 「승무」가 단호하면서도 유 연한 동양적 사상인 음양(陰陽)사상(정용진 2009, 32)과 중도(中道)사상,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살펴볼 수 있었다. 타령과장의 전체적인 춤동작을 통해 내적 의미인 에너지의 응축과 표출, 동작의 맺음과 풀림, 동작과 에너지의 정, 중, 동, 무용수의 동작과 에너지의 방향에 따라 상향, 하향, 하늘, 땅, 곡선, 직선, 음, 양 등을 알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승무」에서는 각 동작의 호흡과 발디딤, 굴신, 장삼의 뿌림, 동작의 맺음과 풀림, 에너지의 완급 조절 등이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각각의 요소가 장단에 따른 동작에 녹아들 어 100년이 넘는 시간을 넘어 스승에서 제자로, 또 다음 스승에서 제자로 내려오면서 작은 동작 하나에도 이야기를 불어넣은 춤이다. 승무의 역사와 전통은 이 이야기로부터 나온다. 우리가 건축물에서 기둥 하나의 양식만 보고도 그 전체 건축물이 어느 시대의 것이며 어떤 건축물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작은 요소이지만 그 작은 요소를 통해 전체를 유추할 수 있고, 작은 요소로 인해 그 큰 작품에 개성과 의미와 역사가 생기는 것이다.
Ⅳ. 「승무」의 기호학적 구조
1. 「승무」 타령과장에 내재된 표층적 이항대립
그레마스 기호학의 의미 층위의 첫 번째 단계인 표층적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표 1>에 서 타령과장 춤동작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도판 6>과 같은 의소의 표층적 이항 대립을 찾아낼 수 있었다. 「승무」의 의소인 동작들이 가지는 1차 의미 즉, 표층적 이항 대립의 의미는 관객이 「승무」의 동작을 보고 느끼는 단순한 의미이다. 장삼을 뿌리는 동작 기호를 관객들이 장삼을 뿌리는 동작 기호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단순한 동작 기호의 의미 안에는 「승무」의 2차 의미를 찾을 수 있으며 그 의미 속에서 더욱 확장된 함축의미를 갖게 된다. 이런 「승무」 춤동작의 표층 의미에 대한 함축의미를 살펴보면 다음 과 같다.
도판 6
「승무」의 움직임을 응용한 의소의 표층적 이항 대립 (Superficial binary opposition of semantics using the movement of Seungmu)

① 하늘을 향하는 동작과 땅을 향하는 동작 :「승무」의 춤동작에 있어 무용수의 시선과 가슴이 향하는 방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용수의 시선과 가슴의 방향은 주로 장삼을 움직이는 팔 동작과 관련이 있는데 즉, 팔이 위로 향할 때 시선과 가슴은 팔을 따라 위로 향하게 되며, 팔이 아래로 향할 때 시선과 가슴은 밑으로 내려온다. 시선이 하늘 을 향하는 동작은 「승무」의 주요 사상인 천지인의 ‘천’을 의미하며 하늘을 향하고자 하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다. 시선이 땅을 향하는 동작은 천지인의 ‘지’를 뜻하는 것으로 땅의 기운을 받아 순종과 순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② 장삼을 메는 동작과 장삼을 푸는 동작 : 궁체의 대표적인 춤사위인 장삼을 다른 쪽 소매에 걸쳐 메거나 어깨에 메는 동작, 위로 들었던 장삼을 어깨에 메는 동작은 「승무」의 긴 장삼 자락의 곡선적인 아름다움이 가장 많이 드러나는 동작이다. 하늘을 향해 솟은 버선코 의 날렵한 곡선과 연결되어 아래에서 위로, 혹은 위에서 아래로 메어지는 장삼은 긴 자락의 휘둘려지는 움직임을 통해 우아한 맺음으로 진행된다. 장삼을 멜 때 가슴과 호흡은 아래를 향하여 겸손하고 단아하면서 인내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렇듯 메었던 장삼은 푸는 동작으 로 이어지는데 힘차게 뿌리면 표출로, 북가락 끝만 살짝 푸는 경우는 풀림의 의미를 가진다.
③ 서서 하는 동작과 앉아서 하는 동작 : 한영숙, 정재만으로 이어지는 「승무」는 전 과 장에 걸쳐 주로 서서 하는 동작 위주로 진행된다. 서서 하는 동작은 안정감이 있고 여유가 있다. 그러나 간혹 뛰거나 앉고, 엎드리는 동작들이 있는데 이러한 동작을 통해 「승무」의 높낮이를 통한 깊이감이 더해지고 감정이 묵직해진다. 타령 과장의 앉아서 하는 동작은 아래로 낮춘 무게 중심을 통해 무거운 느낌을 주면서도 땅의 기운을 받아 참고 인내하는 인간 삶의 고뇌의 무게와 닿아 있다.
④ 전진하는 동작과 후진하는 동작 :「승무」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동작인 전진 동작은 가까워지므로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이 돋보이는 방향성의 동작이고, 뒤쪽으로 나아가 는 동작인 후진 동작은 멀어지나 자유롭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방향성의 동작이다. 한성 준, 한영숙, 정재만으로 이어지는 춤의 무대 구성은 ‘오른쪽으로 나아가면 왼쪽으로 나아가 고, 앞으로 나아가면 뒤로 나아간다’라는 계보적 춤 구성이 잘 드러나며, 음이 차면 양이 되고, 양이 차면 음이 되는 섭리 안에서 「승무」의 음양 사상이 돋보이는 동작이다.
⑤ 원 동작과 직선 동작 :「승무」는 장삼을 입고 움직이는 작품으로 긴 장삼 자락의 움직임을 통해 원과 직선을 나타낸다. 원 동작은 타령 과장의 맨 처음 부분의 북을 치고 뒤로 물러나며 위, 아래의 하체 움직임에 연결된 상체 동작에서 대표적으로 보이는데 하늘 과 땅을 연결하는 인간의 주체적 움직임이 드러나는 동작으로 끝없이 돌고 돌아오는 윤회 를 표현하기도 하며, 팔 전체를 사용하는 큰 원 동작과 팔꿈치에서 손까지 사용하는 작은 원 동작이 있다. 이러한 무용수의 움직임을 통해 조화와 타협 그리고 여성적인 우아한 선 을 나타낸다. 이에 반해 직선 동작은 뿌리는 동작에서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남성적이고 강한 동작이다. 또한 그러한 동작은 무용수의 응축된 에너지를 끌어내어 바깥으로 표출하 는 동작으로 비장함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⑥ 장삼을 뿌리는 동작과 장삼을 감는 동작 :「승무」를 추는 무용수의 몸을 중심으로 장삼을 바깥으로 뿌리는 동작과 장삼을 안으로 감는 동작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무용수 의 몸을 기준으로 외부와 내부로 분리되는 것이다(정재만, 민성희 2002, 169). 내면의 에너 지를 끌어내어 외부로 표출하여 뿌리는 동작은 「승무」의 가장 큰 동작으로 무용수는 이렇 게 크고 강하게 뿌리는 동작을 통해 내면의 속박, 욕망과 번뇌를 외부로 표출하여 자유와 꿈으로 승화시킨다. 외부의 에너지를 안으로 끌어모아 응축시키는 동작인 장삼을 몸으로 감는 동작은 한국무용의 대표적인 팔 동작으로 바람에 부는 잎새와 같이 어느 한 곳도 모 나지 않게 유연하며 자연스럽다.
⑦ 장삼을 엎는 동작과 장삼을 제치는 동작 : 장삼의 긴 자락을 엎는 동작은 북가락을 사용하여 팔을 둥그렇게 돌려 에너지를 안으로 담는 동작이다. 엎는 동작일 때는 시선과 가슴의 방향이 주로 땅을 향하며 묵직하게 무게감을 실어 움직이는 동작으로 팔의 호흡을 받아 주로 굴신으로 이어진다. 이에 대응하는 제치는 동작은 북가락을 사용하여 장삼을 몸 안에서 바깥으로 원의 형태를 가지며 제쳐 뿌리는 동작으로 에너지를 바깥으로 표출한 다. 이러한 엎고 제치는 동작은 한 손 또는 양손으로 진행할 수 있다. 엎고 제치는 동작을 연결하여 진행할 경우 오른손이 엎으면 왼손이 제치고, 왼손이 엎으면 오른손이 제치는 동작으로 한 손으로는 절대로 진행할 수 없는 공존의 동작이 된다. ‘시간도 없고 공간도 없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를 뜻하는 무시무종(無始無終)을 뜻하는 동작으로 맺고 풀림 의 연속동작이다. 이러한 동작은 삶과 죽음을 뜻하기도 하고 윤회를 뜻하기도 한다.
⑧ 빠른 동작과 느린 동작 : 타령 과장은 삼현 타령과 느린 허튼타령으로 나눌 수 있다. 이는 「승무」의 장단 속도에 따른 구분으로 삼현 타령은 느린 허튼타령보다 늘어지는 장단 을 사용하여 앞의 과장인 염불의 느린 가락에서 타령으로 넘어오는 과정의 자연스러움과 여유, 우아함, 안정됨을 나타낸다. 느린 허튼타령은 타령 과장의 본 모습인 역동적이고 진 취적인 동작으로 동작이 점차 빨라진다.
한 박자 안에 여러 동작을 수행함으로 빨라지는 빠른 동작은 주로 발디딤의 잦은걸음과 같은 팔 동작의 반복을 통해 나타내는데, 긴박함, 긴장감 등을 표현하고, 느린 발 디딤은 안정과 평화를 나타낸다.
⑨ 움직이는 동작과 머무는 동작 :「승무」는 전체적으로 움직이는 동작과 머무는 동작으 로 나누어진다. 동작이 진행되는 모든 단계가 움직이는 동작이라면, 머무는 동작은 움직이 지 않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정적인 동작으로 제자리에서 팔 동작의 과한 움직임 없이 호 흡을 어르면서 다음 단계의 움직이는 동작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이러한 머무는 동작은 정중동의 극한 ‘정’의 동작으로 에너지를 무용수의 내면으로 응축시킴으로 관객으로 하여 금 절제와 인내를 느끼게 해준다. 반면 움직이는 동작은 그 빠르기에 따라 ‘정’, ‘중’, ‘동’적 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승무」의 타령 과장은 젊음이 용솟음치는 활기차고 경쾌한 과장으 로 삼현 타령에서의 동작의 크기는 크지만 늘어지는 멋의 움직임과 느린 허튼타령의 밀고 당기는 우직한 멋의 움직임 등, 다양한 정, 중, 동의 움직임이 나타나는 과장이며, 어느 한군데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실천적 움직임이 돋보이는 동작이다.
⑩ 북가락을 직선으로 곧게 하여 뿌리는 동작과 직선의 북가락을 꾹 눌러 잡아 동작의 변화를 주는 동작 : 타령과장 5장단은 손목의 꺾음사위 동작이다. 이는 한영숙류 전통춤의 특징적인 동작으로 태평무와 살풀이춤에도 이와 같은 동작이 존재한다. 맨손으로 하는 태평 무와 수건을 들고 하는 살풀이춤과는 달리 「승무」의 꺾음사위 동작은 북가락이라는 도구를 통해 곧게 뿌린 북가락 끝의 장삼의 무게는 그대로 유지한 채 손목을 꺾어 무게감을 더하고 호흡을 확장하여 북가락 끝은 그대로 유지한 채 손목과 호흡을 들어올리는 동작이다.
2. 「승무」 타령과장에 내재된 내적 의미의 이항대립
「승무」는 내적 의미를 통해 표층적 의미를 보다 심도 있게 전달할 수 있다. 내적 의미는 「승무」가 추어질 때 사용되는 계열체적 요소로서 ‘음’과 ‘양’, ‘맺음’과 ‘풀림’ 등의 요소는 심층적 의미를 가지고, 이항 대립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내적 의미의 요소들은 서로 유기 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분리되어 사용되기는 어려우며, 계속해서 반복되는 과정 안에서 「승무」가 담고 있는 내재적 함축의미가 심층적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승무」의 움직임을 응용한 의소의 내적 이항 대립을 살펴보면 <도판 7>과 같다.
도판 7
「승무」의 움직임을 응용한 의소의 내적 이항 대립 (Internal binary opposition of semantics using the movement of Seungmu)

① 음과 양 : 음양(陰陽)의 언어적인 뜻은 그늘과 햇빛을 의미하는데, 우주와 자연의 현 상을 풀이하는 근거로 대비되는 약(弱)과 정(靜), 강(强)과 동(動)의 개념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반대되는 두 가지 기운의 이원적 대립을 음양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여자와 남자, 달과 해, 위와 아래, 여름과 겨울 등이 해당된다. 노자에 이르러 음양은 우주론적인 개념으로 발전하여 우주․자연의 다양한 의미를 함장(含藏)하는 만물의 근원으로 확대되었 고, ‘만물은 음을 등에 지고 양을 끌어안아 합해진 기운으로 조화를 이룬다’라고 이야기한 노자의 말은 음양이 도(道)와 함께 우주와 자연의 근원을 설명하는 개념이 되었다(김지연 2023, 52). 이러한 우주와 자연의 섭리 안에 「승무」는 음과 양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순환 의 원리를 춤에 적용하여 정립하여 추어지는 춤이라 할 수 있다(김효은, 이민희, 차수정 2023, 57).
「승무」 춤사위에 있어 오른쪽과 왼쪽, 높음과 낮음, 길게 뻗음과 작게 웅크림 등의 이항 대립되는 동작들의 내적 의미에는 이러한 음양의 대립항이 존재한다. 특히 「승무」는 장삼 을 입고 추는 춤이므로 긴 소매와 고깔로 인해 음은 더욱 음적으로, 양은 더욱 양적으로 극대화하는 시각적 효과가 있다.
② 땅과 하늘 :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의미하는 천지인 합일 사상인 삼재 사상은 또 다 른 측면으로 인간 신체를 소우주라 하여 자연과 조화롭게 하나가 되게 하는 사상이다. 「승 무」처럼 수련과 수양 위주의 동작이 주를 이루는 작품은 동양철학의 예술적 접근의 동질성 과 그 연관성을 내포할 수 있다(정용진 2009, 40).
「승무」의 춤동작에서 가슴이 하늘을 향하고 시선이 하늘을 향하는 동작은 하늘을 향한 소망과 이상향에 대한 갈망 등을 내포하고 있으며, 가슴과 시선이 땅을 향하는 동작은 순 종과 현실에 대한 순응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서로 닿을 수 없는 하늘과 땅은 인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연결된다.
③ 정과 동 : 정중동(靜中動)의 언어적인 뜻은 고요할 정(靜), 가운데 중(中), 움직일 동 (動)의 한자로 이루어져, 정은 고요하고 깨끗하다, 맑다, 쉬다 등의 뜻이 있고, 동은 움직이 다, 느끼다, 변하다 등의 뜻이 있다. 즉, 정중동의 모습은 고요한 가운데 움직이는 모습이라 고 풀이된다. 또한, 맑음 가운데 혼탁함, 쉬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임 등의 비슷하면 서도 함축하는 의미가 조금씩 다른 뜻들도 포함한다. 정과 동의 함축적 의미에서 어느 곳 에도 치우침이 없는 상태를 중용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승무」에서 이러한 중용의 움직임 은 매우 중요한데,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여 움직이는 것이다. 이 는 작은 동작과 큰 동작, 느린 움직임과 빠른 움직임 등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실천적 움직임으로 항상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승무」의 춤동작 에서 멈추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호흡과 에너지의 흐름 또한 한영숙 「승무」의 무대 구성에 있어 전진하면 후진하고, 오른쪽 이동 후에는 왼쪽 이동이 있는 모 습 등이 이러한 중용의 모습이다.
④ 응축과 표출 : 2023년 11월 1일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응축은 ‘내 용의 핵심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어 쌓여 있다’는 뜻이고, 표출은 ‘감정을 겉으로 나타낸다’ 는 뜻이다. 응축은 작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큰 공간에 있던 에너지가 작은 공간으로 좁 아지며 밀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이는 겉으로 보이는 크기는 작아지지만, 실제 에너지의 크기는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밀도가 높아져 표출할 때 뿜어내는 힘의 크기가 커지는 것 을 알 수 있다.
「승무」의 춤사위에서는 굴신하며 장삼 자락을 낮추었다가 뿌리는 동작들이 많이 사용된 다. 굴신으로 몸을 낮추고, 양팔을 모으고, 편 팔을 접으면서 팔의 공간을 조이는 행동은 주변의 에너지를 좁은 공간에 담는 응축의 동작이다. 이러한 응축의 동작 후에 오는 표출 은 내부에 모인 에너지를 긴 장삼 자락을 이용하여 강하게 외부로 뻗어내는 동작으로 「승 무」의 대표적인 동작이라 하겠다. 이렇게 내적 이항 대립 요소인 응축과 표출은 복합적인 구조 안에서 끊임없이 반복한다.
⑤ 맺음과 풀림 : 2023년 11월 1일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맺음은 ‘실 이나 밧줄을 엮어서 매듭지게 한다’라고 정의되고 있고, 풀림은 ‘매이거나 감긴 것이 제거 되어 그렇지 않은 상태로 되는 것. 즉, 풀어지다, 끌러지다’로 정의된다.
「승무」의 춤사위에서 맺음은 어떤 동작의 마무리된 상태로 무엇이 이루어지는 것, 만들 어지는 것이다. 풀림의 풀어버리는 것은 비우는 것으로 욕심을 내거나 자포자기의 포기가 아니다. 고요한 상태의 끝나버림이 아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볼 수 있다(정 재만, 민성희 2002, 174).
「승무」에 있어 정해진 호흡과 하나의 동작이 완성되어 마무리되는 것을 맺음이라 하고, 응축하거나 맺었던 동작이 크게 표출되지 않고 살짝 장삼을 점찍듯 내려놓는 동작을 풀림 이라 한다.
⑥ 채움과 비움 : 전통춤에서 호흡을 가득 들여 마셔 몸 안에 공기가 꽉 차 어깨가 올라 가고 횡격막이 벌어진 상태를 가득 채웠다고 한다. 그러나 이 외에도 공간을 에너지로 채 워 무용수의 움직임이 실제보다 커 보이게 하는 시각적 착시를 일으키는 극도의 정적인 상태 또한 채움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호흡을 모두 내쉬어 몸 안의 공기를 비워내 어 어깨와 횡격막이 편안하게 내려가 있는 상태를 비웠다고 한다. 「승무」는 이러한 채움과 비움의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인간의 욕심, 고뇌와 인내를 내재하고 있다.
3. 「승무」에 나타난 행동자 모델
우리나라 전통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승무」는, 전통춤의 백미라고 불린다. 1969년 한영숙이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 보유자로 지정이 되고 31년 후인 2000년 제자인 정재만이 대를 이어 「승무」 예능 보유자가 되었다. 이처럼 대를 이어 예능 보유자 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스승과 노력, 재능과 인내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어야 했을 것이 다. 이러한 요소 간의 관계성을 그레마스 행동자 모델에 대입하여 각각의 요인들이 표면에 서 일으키는 역할을 드러내는 것은 「승무」의 서사적 심층구조에서 각각의 요소들이 맡은 여섯 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레마스 행동자 모델에 「승무」의 행동자 모델을 적용하면 <도판 8>과 같이 도식화할 수 있다.
「승무」 행동자 모델에서 주체와 대상의 관계를 살펴보면, 「승무」에서 주체는 춤을 추는 무용수이다. 무용수가 배우고, 잘 추어 공연하기를 욕망하는 대상은 전통춤 「승무」가 된다. 다음은 전달의 축인 발신자와 수신자의 관계에서 발신자는 「승무」를 창작하고 다듬는 안 무자 또는 창작자이다. 안무자는 최초의 안무자일 수도 있지만, 주체인 무용수가 욕망의 대상인 「승무」를 갈고닦아 다음의 안무자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스승과 제자 간의 작품을 대물림하는 것으로, 한성준에게 배운 한영숙, 한영숙에게 배운 정재만이 최초의 창작된 작 품과 똑같은 작품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시대에 맞게 변형과 적절한 재창조를 통해 관객에 게 끊임없이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전달하며 발전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맨 처음에는 무용수에 정재만, 안무자에 한영숙이 있었더라도 무용수의 노력에 따라 다 음에는 안무자에 정재만, 무용수에 A가 있을 수 있다. 최종적으로 주체인 무용수가 욕망의 대상인 「승무」를 갈고 닦아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다면 이러한 관계의 서사성이 연결되어 전달의 축의 최종 수신자는 무용수 L일 수도 Z일 수도 있다. 「승무」가 계속 추어지는 한 이러한 서사성은 계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4. 「승무」 타령과장을 통해 본 그레마스 기호학적 사변형
본 연구는 정재만류 「승무」의 다섯 과장 가운데 타령 과장의 춤동작에 나타나는 계열체 적 요소를 중심으로 「승무」의 함축적 심층구조의 의미가 가지는 이항 대립 쌍을 그레마스 기호학적 사변형에 대입하여 분석하였다.
「승무」의 표층구조의 심층 수준을 이루고 있는 응축과 표출의 함축 요소의 의미작용을 기호학적 사변형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 <도판 9>와 같다.
<도판 9>의 함축 요소들의 관계성은 <S1=응축>과 <S2=표출>, <S1=응축이 아닌 것>과 <S2=표출이 아닌 것>으로 대입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성에서 응축과 표출은 대립 관계이 다. 응축과 표출은 에너지를 안으로 모으는 것과 겉으로 발산하는 것으로 서로 대립한다. 이러한 대립 관계는 응축이 아닌 것과 표출이 아닌 것도 포함된다. 다음으로 응축과 응축 이 아닌 것, 표출과 표출이 아닌 것은 모순관계이다. 이는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 관계이 다. 마지막으로 응축과 표출이 아닌 것, 표출과 응축이 아닌 것의 관계는 함의 관계이다.
이처럼 <S1=하늘, 정, 음, 맺음, 채움>과 <S2=땅, 동, 양, 풀림, 비움>을 대입하여 그레마 스 기호학적 사변형의 관계성을 찾을 수 있다.
Ⅴ. 정재만류 「승무」 타령과장의 기호학 분석
본 연구를 통하여 타령과장의 그레마스 기호학적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정재만류 「승무」 타령 과장의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춤동작 용어와 연구자의 설명, 춤동작 특징과 연구자의 설명, 심층영역적 특징과 연구자의 설명, 의소분석과 이를 통한 연구자의 설명, 무용수의 무대진행과 몸 방향에 따른 연구자의 설명을 도출한 결과를 도표화하면 <표 2>와 같다.
표 2
정재만류 「승무」 타령과장의 기호학 분석표 (Semiotic analysis table of Jeong Jaeman's 「Seungmu」 Taryeonggwajang)
Ⅵ. 결 론
본 연구는 정재만류 「승무」의 타령과장을 중심으로 기호학적 접근을 통한 의미를 연구 하는 데 목적을 둔다. 후대 전통춤을 위한 체계적인 연구로 사라져가는 전통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연구의 접근을 통해 정재만류 「승무」의 기초 자료 구성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본 연구를 통해 도출된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승무」에 내재된 표층적 이항 대립을 살펴본 결과, 총 10개의 표층적 이항 대립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동작들은 표층적으로는 대립하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장삼을 메고 나 면 풀어야 하고, 앉아서 동작한 후에는 일어나야 하는 것처럼 실제로는 완전히 대립하는 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둘은 하나 없이는 다른 하나도 존재할 수 없는 상호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둘째, 「승무」에 내재된 내적 의미의 이항 대립을 살펴본 결과 음과 양, 하늘과 땅, 정과 동, 응축과 표출, 맺음과 풀림, 채움과 비움의 내적 의미를 도출하였다. 이러한 내적 의미의 이항 대립의 요소들은 내용적으로는 대립하지만, 대립 쌍에서 한쪽의 존재 없이는 다른 한쪽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존재론적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승무」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하였을 때 나타나는 이러한 특징을 통해 「승무」가 하늘 과 땅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 둘을 연결하는 주체자로서의 인간을 표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승무」에 나타난 행동자 모델을 분석한 결과 「승무」에서 주체는 춤을 추는 무용수 이고 대상은 「승무」이다. 조력자는 필요 요소 즉, 긍정적인 환경, 재능, 주변인 등이고 경 쟁자는 방해 요소로 부정적인 환경, 재능, 주변인 등이다. 발신자는 안무자이고 수신자는 무용수가 된다. 여기에서 처음에 수신자였던 무용수는 이후 발신자가 되기도 하는 등, 「승 무」의 행동자 모델 전달의 축은 시간의 흐름과 필요 요소, 방해 요소에 따라 그 위치와 관계가 변동하기도 한다. 「승무」는 스승과 제자가 대를 이어 계승되면서 그 계승 과정의 역사 속에서 각각의 예술적 견해가 중첩되어 발전한다. 때문에, 「승무」에는 행동자 모델이 반복되어 사용될 수밖에 없었으며, 이를 통해 오히려 「승무」의 서사성이 완성되었다.
넷째, 그레마스 기호학적 사변형에 음과 양 등의 「승무」에 내재된 내적 의미의 이항대립 을 대입하여 연구하였다. 응축과 표출의 경우 <S1=응축>과 <S2=표출>, <S1=응축이 아닌 것>과 <S2=표출이 아닌 것>으로 대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응축과 표출, 응축이 아닌 것 과 표출이 아닌 것은 대립 관계이고, 응축과 응축이 아닌 것, 표출과 표출이 아닌 것은 모순관계이다. 또한, 응축과 표출이 아닌 것, 표출과 응축이 아닌 것의 관계는 함의 관계라 는 것을 증명한다. 이는 ‘응축’이 아닌 것은 모두 ‘표출’이라는 이분법적인 정의에서 확장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정재만류 「승무」의 타령 과장 동작을 분석한 결과 과장 내에 박자와 움직임이 일치하는 동작의 반복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같은 동작의 경우 좌, 우 방향의 변화가 있거나, 장단 안에서 같은 동작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동’적인 속도감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크더라도 절제하여 중간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조절 을 통해 겸손함과 중용의 모습이 드러났다. 고도의 균형감과 집중도가 요구되는 오른손을 들 때 오른 다리를 드는 동작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정’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정재만류 「승무」 타령과장을 기호학적으로 해석하였다. 위와 같은 시도 는 전통춤 속 다양한 의미를 언어화하고 보존하여 전달하는 데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된 다. 이러한 연구는 의소분석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므로, 후속 연구자의 경우 본 논 문 내용 외의 춤의 언어 등의 의소를 찾아 해석하는 연구는 전통춤의 깊이를 더하는 연구 가 될 것이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