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urnal of Society for Dance Documentation & History

pISSN: 2383-5214 /eISSN: 2733-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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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Structure System of the Kim Paik-bong’s Basic Dance ‘김백봉 기본’ 구조체계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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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an Dance Journal Vol.76 No. pp.139-168
DOI : https://doi.org/10.26861/sddh.2025.76.139

A Study on Structure System of the Kim Paik-bong’s Basic Dance

Ahn Na-kyung*
*Head Director, Kim Paik-bong’s Dance Research Corporation
*Ahn Na-kyung abheon@hanmail.net
January 30, 2025 February 26, 2025 March 25, 2025

Abstract


This study analyzes the structural and characteristics principles of the ‘Basic Dance’ established by Kim Paik-bong. As research methods, I conduct archival research, oral histories from in-depth interviews, and an embodied observation analysis based on practice-based research. As a result, I illuminate the background of the formation of the format and the foundation of the structural system, and classify the structural principles with seven elements to identify the characteristics. ‘Kim Paik-bong’s Basic Dance’ is a ‘technical system’, ‘movement principle system’, and ‘shaping principle system’, which can be defined as the typicality, identity, and uniqueness of Kim Paik-bong dance, a latent creative concept and principle. Therefore, the Basic Dance of Kim Paik-bong is the cornerstone of creative repository in identifying and preserving her artistic world. As the foundation of her art form, it will present the ideal of recreation as a ‘prototype’ and ‘example’.



‘김백봉 기본’ 구조체계 연구

안나경*
*사단법인 김백봉춤연구회 이사장

초록


본 연구는 김백봉이 구축하고 정립한 ‘기본’의 구조체계를 분석하고 특성 원리를 고찰하 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으로 아카이브 조사연구, 심층면담을 통한 구술채록, 실기 기반연구에 착안한 체현 관찰 분석을 활용하였다. 그 결과, 형식의 형성배경과 구조체계 의 기반을 구축하고 구조원리를 7개의 요소로 분석하여 특성을 도출했다. ‘김백봉 기본’ 은 ‘기술 체계’이고 ‘운동원리 체계’이며 ‘조형원리 체계’로, 창조적 개념과 원리들이 잠재된 김백봉 춤의 전형성, 정체성, 고유성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김백봉 기본’은 그의 예술세계를 규명하고 보전해 나가는 데 있어 창조적 보고의 초석이며 예술형식의 기반이므로 ‘원형’과 ‘모범’으로서 재창조 이상을 제시해 줄 것이다.



    Ⅰ. 서 론

    여전히 신무용의 용어와 기점에 대해 이견과 논박이 제기(안나경 2023, 22) 되고 있으나 1926년 이시이 바꾸(石井漠, 1887-1962)의 경성 공연을 신무용의 시작으로 주목하는 것 은 당시까지 의식해 왔던 춤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예술무용이었다는 점과 조택원(趙澤元 1907-1976), 최승희(崔承喜 1911-1969) 등 이를 계기로 형성된 인맥과 문하에 의해 한국 신무용의 대표 주류가 이어져 왔다는 점(안제승 2022, 26-34)이다.

    그 후 100년이 되는 올 2025년은 한 세기를 맞이하고 또 그 이후를 전망해야 하는 뜻깊 은 한 해임이 분명하다.

    새로움(新)에 대하여 변화해 온 관점은 신(新)무용의 개념과 성격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수정되게 했고(안병헌 2010, 63-64) 그로 인해 논란이 생기지만 신무용을 한국적 미의식 과 한국의 정체성에 작용하여 방향을 제시했던 자생성, 즉 자기화할 수 있는 주체적 문화 창조(안나경 2023, 30)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는 데 반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춤 을 추는 것과 추는 자를 바라보는 부정적 가치관이 여전히 만연되어 있던 시대에 신무용가 들은 춤도 추고 직접 작품을 만드는 개인의 창작활동을 강조하고 작품에 대한 권리의식도 가졌다. 관람료를 받아 활동의 발판을 만들어 가며 한국 근대사회에 조성된 공연문화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프로시니엄 무대(proscenium arch stage) 양식의 연희공간으로의 변 화는 장소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주의 예술로 전이되는 새로운 변화이고 관객과 예술가가 무대를 매개로 만나는 공연 형태의 변화이면서 정중히 앉아 감상해야 하 는 관객의 태도 등과 같은 공연 환경의 변화였다.

    제4의 벽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본격적인 보는 예술로 자리 잡히기 위해 무용은 표현 동기부터 형상까지 의식적이고 목적적인 활동으로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내용’과 조직적 이고 체계화가 뒷받침된 ‘형식’이 조화롭게 접목되어야 한다. 원하는 데로 자유로이 움직여 춤을 추고 즐길 수 있겠지만 예술의 범주에 속하게 되려면 논리적이고 객관화된 하나의 통칙이 존재해야 한다. ‘기호가 개인적으로 어떤 주의를 환기하는 수단 이상의 것이 되기 위해서는 사용되는 기록법이 하나의 관례가 되어야(Childe, G. 1977, 47-48)’하듯이 보편 적이고 타당성을 갖는 형식의 성립 계기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작품이 음미 되 고 그 뜻이 헤아려지는 수용에서 무용가의 표출 의지가 하나의 의미 있는 실체로 성립되려 면 즉 전달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으려면 관객의 관조 의지와 표상이 뒷받침되는 작품해 석을 유도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의 참된 기능은 표현에 성공해야 하지만 전달하고 이해를 얻는 데도 성공해야(Read, H. 1968, 187)’하고 예술가와 관객 간의 소통을 이어주 는 가교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형식이다. 세분되고 다양해진 형식은 결국 목적적이고 의도 적인 작위과정에서 필요한 ‘장식체계’이자 ‘기술체계’라 할 수 있다. 무대예술로서 연행되 는 시점부터 한국 춤에서 기본은 무용수의 몸을 체계적이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그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필수과정(안귀호 2015, 224-228)으로 정립되어 발전했다. 무용수란 무용이 라는 예술품을 형상화하는 데 필요한 주재료로서 무용수의 실질적 참여 없이는 예술적 실 상으로서의 무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안제승 2022, 131). 내용이든 형식이든 무용의 예술 가치를 가름하는데 주체는 무용수이며 그에 요구되는 소양과 자질을 갖추기 위한 체계적 인 훈련법과 반복적인 피나는 노력이 요구된다.

    “신무용의 토착화를 이룬 무용가(강이문 1982, 556)”, “전통에 뿌리를 둔 창작무용의 개 척자로 한국춤의 호흡법, 움직이는 법 등 훈련법과 형식체계를 정리하고 정립한 한국 무용 사에 한 획을 이룬 무용가(구히서 2000, 537-538)”, “김백봉이 체계화시킨 무용 기본이 곧 한국무용의 기틀이 되다(최해리 2008, 325)”, “한국춤의 원리 한국춤의 교육방법을 기 술한 기존 연구서에서 김백봉의 기본과 방법을 넘어서는 연구를 발견하기는 어렵다(서연 호 2014, 243)”는 평가에서 보듯 김백봉의 예술 삶에서 끊임없는 움직임 원리 구축과 독자 적 표현형식 정립의 세밀한 탐구와 창의적 연구개발의 중심엔 ‘김백봉 기본’이 있다. 김백 봉은 기본훈련에 소홀한 환경에 아쉬움을 피력하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지적 하고 기본연습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다.

    최승희 보살춤! 그건 작품이다. 동작 같은 것은 생긴 손을 가지고 어떤 감정을 쓰는가! (동작을 보여주며), 베푸는 감정!, 받는 감정!, 이런 것이 손가락 속에…, 기원하는 감정! 이런 것이 이제 포함될 수 있게끔, 될 때까지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지만 움직이는 요령이, 이 손이 마음대로 되야 하니까! 그렇게 공부했다. 요새 사람은 그런 섬세한 것까지는 공부를 안 하는 것 같다(SBS 다큐 2011).

    (어떤 작품을 배우는 것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에) 배우기 힘들었던 춤이라는 것은 작품 속엔 없다. ‘춤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을 만드는 것’부터 배웠다. 기본인데. 요새는 동작 중심으로 자꾸 하기때문에, 자기 몸을 동작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작품의 철학성 같은 것을 표현할 때, 같은 오른손을 들고도 표현량이 부족하다. 옛날에는 어떻게 배웠느냐 하면은 호흡 법부터 배워서, 요가같이, 신장 컨트롤, 또는 혈맥 보내는 것, 자신의 피를 주었다 받는 것, 이런 것을 공부해서 무용으로 가는 데 접근해 나갔다. 남의 사람(제자)에게 춤을 가르칠 때, 상대방의 발이 높이는 들었지만, 그 발이 그냥 들렸는지? 들은 발의 피가 어디까지 가고 있는지? 다 들고 있어도 피가 중간에 멈추게 되면 발이 완전한 발휘를 못 한다, 그런 것을 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 요새 그 공부가 부족한 것 같다(KBS 라디오 1982).

    ‘김백봉 기본’ 관련 교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본 연구자는 2005년부터 동작원리와 조 형원리 중심으로 김백봉 기본을 연구하고 체계적인 훈련방법의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하여 재현이 용이한 무보(dance notation)와 더불어 기초교육과 응용교육 프로그램을 넣은 지침 서 발간을 준비해 왔다. 기획 방향을 무용용어 통일 및 보급에 맞추고 순서(sequence) 수행 방법에 중점 두어 진행해 나갔다. 또한 ‘김백봉 아카이브’ 구축사업에서 기본동작 관련 자 료를 별도의 맥락을 두어 분류작업을 실시하였고 원작자인 김백봉의 심층 면담 및 구술작 업을 틈나는 대로 진행했다. 가장 널리 보급되고 알려진 ‘김백봉 기본’은 1965년부터 30여 년을 교수로 재직했던 대학의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경희대 기본’이다. 때론 성을 넣어 ‘김 기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것은 하나의 작품처럼 공연이나 시연을 목적으로 또한 제한된 기간 내에 교과 진도를 맞출 수 있도록 반복을 줄여 축약시키고 변용을 넣은 것이다. 현재 ‘김백봉춤보전회’에서는 이를 ‘김백봉 기본무’라 하고 최초의 기본 원본은 ‘김 백봉 원기본’으로 구분하여 통용하고 있다. ‘김백봉춤보전회’는 1993년 김백봉을 중심으로 전국의 제자들이 모여 춤을 연구하고 보전함을 목적으로 창립한 서울시 전문예술단체이다. ‘굿거리’와 ‘살풀이’, ‘자진모리’ 부분에서만 ‘기본무’가 순서 축약과 생략으로 또는 동작 변 용으로 짧게 안무 되어있고 전체 구조는 두 기본이 동일한 체계로 되어있다. ‘김백봉 기본 무’란 명칭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2015년 동덕여자대학교 안귀호의 박사논문 “김백봉 기 본무 조형분석”에서 이며 상기 박사논문에서는 ‘원기본’과 ‘기본무’를 구분하여 설명하지 않았으며 굿거리, 살풀이, 자진모리를 부분을 중심으로 기록한 무보도 축약된 기본을 기저 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자는 ‘원기본’과 ‘기본무’로 구분하면서 ‘원기본’ 기반의 ‘김백봉 기 본’을 연구대상으로 하여 2년에 걸쳐(2023년-2024년) 총 120시간의 단체실습을 통해 ‘김 백봉 기본’의 보급과 실험을 진행했다.

    조사 ‧ 연구를 해나가면서 ‘김백봉 기본’의 구조가 최초의 작업 단계에서부터 장단별로 목적을 갖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은 마치 건축 설계처럼 안무가 이루어졌 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착안해서 전개 단계를 일반적인 기본구성표로 작성하여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에 더해 건축의 구조를 볼 수 있는 설계도면처럼 바라보면서 구조체 계 간의 개별적 스타일과 유기적인 연결성을 파악했다. 또한, 구성요소와 그에 필요한 형 상을 해석해 가며 ‘김백봉 기본’을 분석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구조체계의 특성을 연구하고 설계자인 김백봉의 디자인 의도를 규명해 나갔다. 연구는 ‘김백봉 기본’으로 훈련 하면서 ‘어떻게 추는가’에 앞서 그동안 간과했던 ‘왜 추는가’와 ‘어떤 관점에서 무엇을 이해 하고 또 이해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여러 동작에 대한 법칙적 내지 순차적 이해보다는 전체 구조에 대한 분석에 초점을 맞추어 김백봉이 구축하 고 정립한 ‘기본’의 구조체계를 분석하고 특성을 고찰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방법은 첫째, 김백봉 아카이브 조사와 구술채록의 심층분석을 통해 형식의 형성배 경이 되는 기반에 대하여 논의하고 둘째, ‘김백봉 기본’ 구조의 구성단계와 관계에 대한 기저체계를 고찰하였다. 마지막으로 실기 기반연구 방법에 착안해서 체험한 사실을 바탕 으로 구조원리 요소를 구성하여 특성을 분석하였다. 탐구과정에서 발견되는 의식과 각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에 집중하면서 연구하였다. 여기서 주관적 해석을 보다 강조하여 연구대상의 존재 이유와 가치성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Ⅱ. 동작 원리기반의 형성

    1. 최승희 문하 수련

    본명 충실(忠實), 호는 취봉(翠峰)인 김백봉(金百峰, 1927년 2월 12일-2023년 4월 11 일)은 1942년 최승희의 진남포 공연을 인연으로 일본 동경으로 유학하여 마스카케(松陰) 고등여학교를 다니며 최승희연구소에서 집제자(うちでし,すみこみ 弟子, 門下生)생활을 시 작하였다. 최승희는 기초를 열심히 할 것을 언제나 강조했고 김백봉은 연구소의 엄격하고 고된 기초훈련과 함께 생활 훈련을 병행했다. 교육 체계가 지금의 학원이나 학교와 달랐으 며 주입식 교육과 훈련보다는 스스로 깨닫고 연습해 나가도록 했다. 처음엔 발레 기본부터 시작했다. 바(bar)와 포지션(position)의 몇 가지 동작을 진도보다는 하나하나가 완전해질 때까지 연습했다. 발레 기초 다지기에 중점을 두어 배우고 나서 마루운동 중심의 현대무용 기본을 배우기 시작했다. 1950년대까지 김백봉이 토슈즈를 신고 공연한 자료가 있고 경희 대학교 교수 재직시절엔 현대무용 수업을 직접 강의할 정도로 최승희연구소 시절의 발레 와 현대무용 교육을 얼마나 철저하게 받았는지 짐작된다. 최승희는 자신의 작품발표회에 서 본공연 전에 제자들의 ‘기본동작’ 시연을 했고 직접 징과 북으로 반주했다. 여러 독무 작품을 직접 추어야 하는 힘겹고도 중요한 공연 날이고 심지어 악사들도 있음에도 불구하 고 최승희가 직접 무대에 나와서 반주하며 진행한 이유를 김백봉은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박자를 짚어주는 기능과 더불어 신체의 효과, 신체의 늘림과 수축의 전율이, 악기의 소리 가, 전율이, 그 소리의 여음이, 공명이 육체에서의 에너지가 함께 전달되는 느낌이 일어나도록 반주해야 하는데 악사분들의 연주가 그 특색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김백봉 2019, 진관동 자택에서).

    시연한 ‘기본동작’은 주로 발레 기본동작과 현대무용 마루운동이었으며 20분에서 30분 이 정도의 길이였다. 최승희 공연은 장기간의 순회공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텝과 잡무 까지 보며 ‘기본동작’ 시연을 해야 하는 것이 힘든 과정이었다. 하지만 김백봉은 관람객 앞에서 최선으로 반복 훈련을 할 수 있어서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남방 무용과 일본무용과 같은 동양무용 기초도 배웠다. 최승희가 장기공연으로 연구소를 비워 야 할 때, 일본의 전통무용으로 저명하신 분이 연구소에 와서 일본무용의 기본수업을 했다. 긴 막대기를 어깨 위에 걸치고 좌우 몸의 흔들림 없게 균형을 잡고 특히 단단한 하체의 움직임과 발디딤은 어려웠지만, 김백봉에게 중요한 움직임의 원리를 터득하게 해준 훈련 이었다. 동남아시아의 무용을 말하는 남방무용을 통해 손목과 손가락의 일정한 손짓과 눈 동자를 굴리는 눈짓까지 표현을 더욱 섬세하게 하는 훈련을 했다. 훗날 장기공연으로 몸살 이 난 최승희는 가장 활달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초립동을 출 수가 없게 되자 제자 중에서 “누군가 출 수 있을까?”하고 물었고 막내였던 김백봉이 공연 때마다 무대 옆 막간 에서 순서를 익혀 둔 터라 자신 있게 손을 들었다. 안막(安漠 1910.4.18.-?, 본명 안필승, 최승희 남편, 문학 평론가 겸 공연기획자)은 “너 간에 털이 났구먼!”했고 최승희는 숙소의 방으로 와서 김백봉에게 초립동을 춰 보라고 했다. 이때 최승희는 눈짓에 대해 방향과 각 도를 분명하게 바꾸면서 움직이라 했고 눈동자에 느낌과 이야기를 담아 표현하라고 지적 했다.

    최승희 선생님의 공연을 진남포에서 처음 봤을 때 그날의 모습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다. 선생님의 눈동자가 소만큼 컸다. 거의 맨 뒷자리 좌석에 앉아 있었는데 선생님이 나만 쳐다보 는 듯했다. 그것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다른 관객도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무슨 이유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그 표현의 의미를 알게 된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마음속에 어떤 물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장악하고 마음이 가 있는 눈동 자였다. 정신적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전달된 게 아닌가 싶다(안병헌 2009, 109).

    최승희연구소에서의 한국(조선)무용 기본은 굿거리장단에 맞추어 앞으로, 뒤로, 옆으로 등 걷기 동작을 배웠다. 일본의 최승희연구소 유학 시절에서 김백봉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업이 ‘한국무용 걷기 동작 연습’이다. 당시는 걷기 동작이라는 구체적 개념을 둔 용어로 구분하여 배운 것은 아니었다. 체계화된 수업은 아니었지만 지나서 판단해 볼 때 최승희는 매우 과학적인 동작 지도를 진행한 것이라고 김백봉은 회고한다. 굿거리장단 을 분석하여 설명하고 그 동작의 특성과 요지를 짚어주면서 최승희가 시연하면 제자들이 따라 했다. 최승희는 자신의 작품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가르치지 않았고 공연도 최승희의 작품과 제자들이 추는 작품이 달랐다. 기초 훈련은 무용가로서 바른 자세 만들기에 주력했 고 무용 동작 구성과 창작에 앞서 무엇보다 무용가로서의 몸과 기능을 가지도록 하는 힘든 훈련으로 이어졌다. 창작방법에 대해 최승희는 주변을 관찰하고 맘껏 감상하고 대상의 특 성을 잡아내는 요령에 대해 알려줬다. 김백봉은 지방공연 중에 방문한 사찰에서 최승희가 불상 조각을 가리키며 느낌을 잡아내어 설명했던 가르침을 잊을 수 없었다. 이러한 훈련과 정은 김백봉 춤의 형식체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오래도록 무용가로서의 생명을 지키 는 데 절대적인 뿌리가 되었다. 상체로부터 하체까지의 굴곡을 허용하지 않고 그 축을 신 체 중심에 두어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던가, 호흡을 들이마시는 동작에 있어 하체는 전통적 춤사위 기법과 같이 단전에 긴장감을 유지하며 정교한 발동작을 조형하고 상체는 어깨가 올라가지 않는 자연스럽고 유연한 자태를 강조하는 점(안병주 2004, 166)도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연유했다.

    본격적인 훈련은 공연무대에서 시작된다. 김백봉은 스텝으로서 조명, 음악과 음향, 의상 과 소도구 제작 및 관리, 분장, 무대전환 등 일체의 공연 진행 과정을 배웠다. 동시에 수시 로 최승희의 무대 진행 작업을 보조하고 지켜보면서 무대 감각과 안무 ㆍ 구성법까지 익히 게 된다. 작품 공연을 통해 관객 앞에 처음 무대에 선 것은 하나가사(花笠)에서 남자 역할로 어느 겨울날의 지방공연이었다. 1943년 연구소 수련 과정은 졸업했지만, 김백봉은 스승 곁에 남아, 최승희 무용단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집제자로서 살림도 맡아 하며 예술 가로서의 수련을 지속했다. 김백봉은 무용가로 성장해 가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로 기억했 다. 그래서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스승의 공연을 무대 뒤에서 돕는 경험을 많이 가질 것을 강조했다. 그 해, 7월이 되어 최승희는 김백봉을 포함한 14명을 인솔하여 중국공연에 나섰 다. 1944년 1월 27일부터 2월 15일까지 동경 제국극장에서의 장장 23회의 성공적인 공연 을 하기도 했지만(안제승 2022, 48), 최승희의 주요 활동 무대는 중국이었다. 해방 직전 북경에서 최승희무용단은 해산되어 모두 떠났지만, 김백봉은 스승 옆에 남아 함께 해방을 맞이했다. 그 후 북경 ‘최승희 동방무도연구소’가 설립되고 김백봉은 조교로 연구소 학생들 과 북경 대학생 및 일반인들을 도맡아 가르쳤다. 한편 스승과 함께 중국 경극을 연구하였 다. 중국 경극에서 무용이 독립된 형태는 아니었지만, 노래와 어우러진 움직임을 당시 유 명 경극예술단을 이끌고 있던 중국 배우 삼쇼윤으로부터 배웠다. 주로 여자 역할의 동작을 배워 연구했는데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최승희는 임신한 상태여서 동작을 직접 익히고 배운 것은 김백봉이었다. 최승희의 중국무용 기본 연구는 중국고전무용 체계 건립의 토대 가 되었고 전문적인 무용교육 발전과 인재양성에 기초를 마련 등의 중국무용 현대화에 기 여했다(이애순 2009, 3).

    안무가로서의 데뷔는 해방 직후인 1946년 북경에서였다. 해방 후 반감으로 조선인에 대 한 테러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자 북경에 있던 한국 예술가들은 중국인과의 친선 및 해방을 경축하는 행사로 한 ‧ 중 친선공연을 북경 백해(白海)공원 야외무대에서 마련한다(구히서 2000, 530-531). 이 무대에 김백봉은 자신이 안무한 월야수신과 스승의 작품 초립동 을 춘다. 안무가로서의 데뷔 무대이다. 월야수신은 고향인 평양 대동강변에 얽힌 물귀신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판토마임과 연기를 과감히 활용해서 극적으로 표현했다. 김 백봉의 많은 작품세계에서 두드러지는 고향의 아름다운 산야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란 경 험과 전설 이야기는 첫 작품에서부터 나타났다.

    1946년 5월 인천항을 통해 귀국한 후 7월에 최승희를 따라 평양으로 간 김백봉은 평양 ‘최승희무용연구소’의 부소장 겸 상임 안무자로 활동한다. 고향인 평양 국립극장에서 1947 년 첫 개인 작품발표회를 가지며 계월향, 농촌풍경, 지효, 고전형식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고전형식은 김백봉의 대표작품 중의 하나인 화관무의 초연 당시의 제 목이며 스승인 최승희와 차별화된 독자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고전형식이라 제목을 정한 것도 최승희의 작품을 두고 회자하는 ‘현대양식의 춤’이라는 의견에 대비되는 김백봉 의 안무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어릴 적 보았던 고향 풍경은 한국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 이었고 그런 고향의 모습을 배경으로 태평성대를 표현하였다. 특히 작품을 안무하는 내내 ‘우리춤은 어디서 왔을까?’, ‘우리춤의 뿌리는 무엇인가?에 집중했고 고유의 움직임의 원리 에 대한 깊은 고민이 들어 있는 작품이다. 그런 연유로 김백봉은 ‘김백봉 기본’ 굿거리 훈 련단계를 마치면 화관무를 배우도록 하여 기본동작을 더욱 깊이 있게 다듬도록 했다.

    2. 전통무용 탐구와 무용연구소 운영

    1‧4 후퇴 때 월남한 김백봉은 대구 피난 시절엔 ‘박지홍 무용연구소’에서 승무를 배우고 서울 환도 이후 동대문에 있던 이동안 무용연구소에서 태평무를 익혔다. 전통적인 예인들 과의 인연으로 우리 춤의 모습을 여과 없이 직접 접하게 되었고 또한 무용가로서 큰 전환 기를 맞는 계기가 되었다. 김백봉은 지속적으로 전통춤을 익히고 연구했다. 한국전통무용 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1974년에는 봉산탈춤무보를 정리 출판하는 일까지 이루어냈다 (안병헌, 박지영 2005, 214).

    나는 우리 선생님의 춤이 ‘춤의 전부’라 생각했었다. 평양에 있을 때 선생님의 춤에 관해 얘기하면서 어떤 사람이 시골에 있는 무당의 춤 속에 우리 민족의 참 멋이 있다고 말하는 걸 들었을 때 저게 무슨 소리인가 했었다. 그 말의 진정한 의미를 조금 알게 된 것은 월남 후 우리 전통 춤꾼들에게 춤을 배워 보면서였다. 사실 그분들에게 춤을 배우게 된 것은 그 춤의 가치를 알아서도 아니었고 알기 위해서였던 것도 아니었다. 피난 와서 춤출 연습 장소도 없고 무대도 없었을 때 길 가다가 귀에 익은 장단이 들려서 들어갔고 그렇게 만난 선생님들이 모두 좋은 춤꾼이었다. 그것이 운명이라면 운명이고 행운이지만 내게는 무척 감사하고 다행 스러운 일이었다(구히서 2000, 533).

    한번은 ‘박지홍 연구소’에서 구석에 자리 잡고 앉은 노(老) 국악인 한 분이 옆에 앉아 있는 지인에게 속삭이는 말을 김백봉은 듣게 된다. ‘장단이 바뀌면 같은 동작이라도 춤체 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 이후에도 김백봉 귓속에서 노 국악인의 말이 맴돌았다. 그리고 그 의미를 계속 찾고자 노력했고 춤을 연구하는 동안 계속 집중해 나갔다. 그 결과가 무용 이론가이자 남편인 안제승과 함께 연구 ‧ 정립한 한국 춤사위의 이상을 가리키는 궁체 ‧ 필체 ‧ 학체이다(안제승 2022, 254-256).

    1953년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한옥을 빌려 무용을 가르치기 시작하고 같은 해 서울 종로구 낙원동 164번지에 무용연구소를 개원하며 8ㆍ15 광복기념예술제 기념 무용조곡 조국찬가 에서 안무와 출연을 했다. 이듬해 중구 묵정동에 600평 규모의 ‘김백봉 한국예술무용연구소’를 설립하고 1954년 11월 26일에서 28일까지 시공간에서의 서울 첫 작품발표회를 가졌다. ‘고전조의 새로운 해석과 기법의 응용으로 민속무용의 근본문제를 파고들어 현대적인 표현으 로 과거의 나열기교를 배격한 것이 특색(조동화 1954.12.9. 조선일보)’, ‘ ……하나의 감정의 왜곡, 표현의 무리도 있음을 허용치 않는 엄밀한 밀도가 마치 루노알의 건전한 톤처럼 느껴지는 것(이활, 1954.12.3. 조선일보)’ 등의 평가를 받았다. 이 공연이 한국 신무용사상 매우 중요한 공연으로서 무용사적 의의가 있는 이유는 부채춤화관무같이 국 ‧ 내외적으로 성행한 작품이 남상한 무대라는 점과 회전, 도약 등과 같은 무용 활용기법 및 군무의 전이법 등과 같은 무대조형의 신기원을 이룩했다(안제승 2022, 109)는 점이다. 연구소를 개원하면서 인재양성(참조 <도판 1> <도판 2>) 및 무용단 운영까지 본격적 활동을 준비하며, 김백봉은 한국무용의 기법을 정리하고 체계화하여 교육을 위한 움직임의 기초로써 ‘기본동작’을 구축해 나갔다.

    도판 1

    1953 서울 종로구 낙원동 김백봉 무용연구소 (Jongno-gu Nakwon-dong Kim Paik-bong Dance Research Institute).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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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판 2

    1956 서울 중구 묵정동 한국예술무용연구소 수료식과 교육풍경 (Joong-gu Mukjeong-dong Kim Paik-bong Korean Art Dance Research Institute).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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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춤을 출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가 확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이 없으면 좋은 것을 가르쳐줘도 할 수 없다. 기본이 없으면 원래 행동하는 습관 때문에 자기 각이 나와서 내가 가르쳐줘도 딴 동작을 하고 있다(안귀호 2015, 40).

    “서국적인 발레 구성법에 가까운 수법으로 꾸며(김상화, 1954.11.29. 경향신문)”, “한 국무용의 기법 개발은 자칫하면 발레화가 되기 쉽다(임성남, 1976.월간 춤지,16-26)”와 같은 김백봉의 춤사위와 작품 형상구조를 서구 발레체제의 도입으로 해석하는 평론에 대 해 김백봉은 선래무용(先來舞踊)이 간직해 온 뛰는 동작, 멍석말이 등의 다양한 도회기(跳 廻技)와 삼국시대부터 있어 온 전형적 조형원리 등을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시도하려 했 던 제반 작위는 조선시대 무용의 특색인 성적 장벽의 제거를 통한 현대적 미의식의 주입이 고 내 무용 세계를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의 형식적인 수단이지 현대화를 목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다(안제승 2022, 111)”라고 피력했다.

    김백봉과 함께 한국 신무용계를 이끌었던 송범(宋范 1926-2007. 국립무용단 단장 중앙 대학교 교수 역임)은 “김백봉을 빼고는 한국무용을 논할 수 없고 특히 군무는 김백봉의 영향으로 이루어진 것(서연호 2014, 236)”이라 증언했다. 무용연구소의 원생이 200여 명 에 달하고 매년 개인작품발표회와 원생들의 발표회도 열었다. 김백봉의 대표적인 군무작 품과 무용극이 연구소 시절에 가장 많이 창작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의 철저한 교육과 훈 련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김백봉은 기본 구축의 실질적인 목적과 방향은 통일된 군무 를 위한 것이라 강조했다.

    3. 대학 교육과 학술연구

    1953년 이화여자대학교에 무용 강좌가 최초로 생기고 김백봉도 이화여대에 올 것을 권 유받았지만,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원했던 당시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비전 공자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도한 아동극을 보고 ‘한국무용을 학교에 가르치지 말라’는 신문기사를 보게 된 김백봉은 생각의 방향을 바꾸게 된다(문애령 2001, 89). 춤 인구가 늘어나고 확장되면서 기초부터 잘 갖춘 지도양성의 필요성을 느낀 김백봉은 연구소를 벗 어나 교사를 배출하는 서울의 수도여자사범대학과 부산 동아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김백 봉 기본’ 중심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무용과가 없는 서울예고에 무용전공의 개설을 부탁하 며 강사로 나가게 된다. 1950년대에는 우리(한국)춤의 기초와 기본을 말하는 사람이 없었 다(서연호 2014, 241). 김백봉은 한국무용 기본동작 체계를 정립하고 무용교육 기반조성과 무용 인재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동시에 꾸준한 작품 활동 및 국내는 물론 국제교류 행사에서의 활약으로 국위 선양의 성과도 거두었다.

    1965년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조교수로 재직하면서 무용이 체육학과에서 예술영역의 독 립된 학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 인정될 때까지 갈등과 어려움이 많았으나 김백봉의 소신은 변하지 않았다. 내용과 형식을 갖춘 예술개념 중심의 교과과정 강좌를 개설했다. 연구소 시절엔 ‘기본 굿거리’를 최소 2년을 배워 완전하게 숙지했다고 판단되었을 때 비로 소 작품을 할 수 있도록 했지만, 대학교육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대학 현황 에 맞도록 ‘김백봉 기본’을 축약하고 동작 구성을 변용하여 교과 진도에 유용한 ‘기본무’로 재구성했다. 신입생 환영회 때 선배들은 학부모와 후배들 앞에서 재구성한 ‘기본무’를 시연 했다. 하나의 작품처럼 공연이나 시연을 목적으로 다듬어졌고 졸업생들이 전국으로 나가 면서 일명 ‘경희대 기본’, ‘김기본’로 불리는 ‘김백봉 기본무’를 가르치고 보급했다. 교수 초창기엔 학과 정기수업 외에 김백봉은 전체학년을 강당에 모아놓고 기본 훈련과 지도를 했으나 학생들의 방과 후 수업에 대한 불만이 발생하고 한편으론 졸업생들에게 기회를 주 어 그들이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규강의 시간 외에는 반복적이고 심화 한 기본연습을 대학에서는 될수록 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김백봉 증언, 2008).

    무대에서 완벽에 가까울 수 있는 것은 연습과 노력뿐이다. 인간의 몸은 너무 정직해서 연습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연습은 막무가내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이고 체계적인 훈련이어야 한다. 우리 무용 동작 개발이 아쉬웠다. 무한한 창조의 영역에는 기술적인 뒷받침도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김백봉 1983, 48).

    김백봉의 춤사위 연구 의지는 멈출 수 없었다. ‘김백봉 기본’ 연구에 대한 아카이브에는 (참조 <도판 3>) 움직임의 운동 역학적 또는 기하학적 형상에 관한 연구에서부터, 움직임 의 질적 ‧ 양적 변화에 따른 에너지, 대형전이 과정에서 보이는 조직적 통일감 그리고 무대 에서 혼화되는 일체의 공간적 ‧ 시간적 모형적 변형에 관한 연구 등, 평생을 두고 고민했던 김백봉 동작 연구의 귀한 증거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속적인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사료된다.

    도판 3

    김백봉이 기록한 기본 춤사위 연구에 관한 아카이브 (Kim Paik-bong’s Archival Note on Fundamental Dance Movement).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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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는 눈에 안 보이는 것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 말은 이제까지 내 생애를 가로질러 나를 사로잡아 온 말이다. 무용가에게 이 말 만큼 절실한 명제는 일찍이 없었다.

    쇳덩이 같은 무게감 바다속 같은 깊이 갱엿 같은 끈기 비단실 같은 부드러움… 무조건 아름답고 멋진 동작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춤사위 하나하나에, 남이 아닌 나 자신의 가슴 속에 응축된 말을 뱉어내기 위해 나는 얼마나 눈물을 흘렸던가(김백봉 1993, 111)!

    김백봉은 연희공간을 무대로 옮기면서 요구되는 전통양식의 현대적 수용에서 움직임의 확대를 모색할 때 고유의 중량감과 유연성 등을 유지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했다. 그것은 단순한 확대가 아닌 거동언어로서 충분한 표현력을 갖추기 위한 창조적 사고와 목적적 작 위의 원리를 확립하는 것으로 이것을 기반으로 김백봉의 예술형식 체계가 구축되었다. 특 히 김백봉 산조춤 청명심수는 김백봉이 이루어 놓은 춤 언어가 남김없이 표상된 ‘그야말 로 김백봉 춤의 사전적 존재’로 불리는 작품으로 김백봉의 동작 연구와 관련해서 가장 의 미 있는 결과물이라 사료 된다. 1975년 무용극 심청을 안무할 때 김백봉은 “우리 춤가락 만으로 이야기를 충분히 풀어가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국립극장 사보 인터뷰(극 장예술 1980 10월호, 26-27)에서 말했다. 1974년 10월 산조춤의 초연이 무용극 심청 안무 작업 시기가 교차하여 산조의 다양한 춤사위는 작품 심청의 완성도를 높이는데도 기여했다(안병헌, 박지영 2005, 212). 김백봉이 1990년 경희대학교 체육학회 논문집에 발 표한 논문 “한국무용 형(型) 개념 원리 분석”을 분석한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서연호는 “일 본과 비교하여 한국무용의 형 개념의 차이와 특성을 고찰하면서 그간의 춤사위 연구에 대 한 고충을 피력한 내용을 보면서 ‘무용이론가로서 김백봉’에 대해 발표된 자료도 많고 단 행본으로 엮어야 할 만큼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서연호 2022, 246)”고 평가했다.

    ‘김백봉 기본’의 형성배경을 크게 최승희 문화에서 수련하고 공연하면서 경험을 쌓아갔 던 시기와 스승으로부터 독립하여 한국 전통무용을 탐구하고 연구소를 열어서 제자를 양 성하면서 다져진 동작 연구의 확장을 도모한 시기 그리고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보다 과 학적이고 체계적인 동작 원리기반을 구축해 나간 시기, 이상과 같이 3개의 발전 단계로 나누어 논의했다. 이에 ‘김백봉 기본’은 평생에 걸쳐 배우고 경험한 다양한 양식의 움직임 의 원리를 기반으로 이룩되었음을 알 수 있다.

    Ⅲ. 구조 기저 체계

    ‘김백봉 기본’의 구조는 여섯 개 기저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의 구분은 ‘훈련단계’ 이면서 ‘동작 유형 또는 특성에 따른 분류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단계는 기초부터 기술 난이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동작 조형이 확정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각 구성의 내용 은 미학적 안무로 채워진 동작 요소의 나열이 아니라 분명한 의도와 목적에 따라 유형과 특성을 구분하여 조형된 동작 요소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디자인은 한국 춤사위가 지니 는 형태적 ‧ 미학적 특징과 운동 역학과 인체 해부학을 고려한 인체 움직임의 원리를 바탕 으로 설계자 고유의 형상작업 등이 적용하면서 체계를 구성했다.

    단계별 구성 명칭(소제목) 중 다섯 개는 장단의 이름을 따서 ‘굿거리’, ‘살풀이’, ‘자진모리’, ‘당악’, ‘타령’이라 하고 마지막 한 개는 ‘뛰기’라고 부른다. 김백봉이 사용하던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김백봉에게 직접 지도를 받은 제자라면 명칭에 부여된 스승의 의도를 잊지 않고자 하는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기도 하다. 김백봉은 특별히 강조하고자 하는 동작에 별칭을 부쳐 부르기를 즐겨 했다. 이는 제자들과 무용수들에게 동작 조형 과정에서 반드시 표현되어야 하는 상징성을 주지시키기 위한 연출방식이다. 김백봉 예술세계 연구 중에서 동작 원리개념을 이해하는데 간과해서 안 되는 특징이다. 김백봉 부채춤에 관한 연구논문에서도 부채 기본동작을 보편화된 한국 춤사위의 조형동작인 ‘무태 사위’와 김백봉이 주제적 표현내용을 담은 ‘상징사위’로 나누어 동작을 분석했다(안병주 2004, 176-180). 꽃이 활짝 피는 듯한 형상의 ‘만개사위’, 빠른 연계성과 뛰어오르는 도약이 동시에 이루어져 순식간에 펼쳐지는 ‘번개사위’, 그밖에 ‘얼씨구 절씨구 사위’, ‘사랑해 사위’ 등은 상징사위의 예(例)이다. 상징은 형의 외형적 모방에 더해서 그 속에 깃들어 연상되는 이상체(理 想體)의 구현까지 춤사위에 담아내도록 해야 한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지중해를 비행기 타고 건너며 내려다본다. 섬을 당겨 자신의 구역을 넓혀가는 신들을 생각 해 보라. 그렇게 섬을 당기듯이 춤을 춘다. 동작만 하지 춤의 기분을 느끼지 않는구나. 파도가 덮치듯 손을 뿌려 보아라. 물이 그냥 왔다 갔다가 아니라 파도가 대 우주를 달려와 먹는 듯, 마지막 거품이 일 듯, 얼~쑥 얼~쑥! 실어서 움직여라! 우주 안에서 움직여라(김백봉 2019 김백봉춤보전회 강습회에서)!

    ‘김백봉 기본’은 어떻게 작위 하여 구현하는가에 대한 올바른 지도와 동시에 초기 훈련 단계부터 갖가지의 느낌과 형상을 떠올리며 움직이는 연상작업이 습관화될 수 있도록 해 야 한다. 동작의 미학적 구조를 설명하고 분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나아가 동작 을 충분히 습득하고 소화하면서 내용을 충실히 담아 표현하는 그 이상에 이르러야 한다.

    각 구성의 단계와 사용되는 반주 음악은 <표 1>과 같다. 기본훈련 과정에서는 반주 음악 의 곡조가 지니는 음률의 이해와 동작과의 감정선의 어울림을 강조하는 것보다 ‘각 장단이 갖는 강약 및 완급에 대해 중점’을 두어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장단은 매 동작 을 배분된 시간적 구조 안에서 시작하고 마무리하도록 해준다. 즉 시성(timing)에 맞추어 전개하고 반복하고 강약의 악센트(accent)와 동질의 운동량으로 조절해 주며 박절(tempo) 의 카운트(count) 방법을 숙지하면 동작 이동의 안배를 조율해 가는 기준이 된다. 그렇다 고 장단의 규칙에 구속되거나 움직임의 제약을 주는 방식으로 지도해선 안 된다. 규칙적인 간격을 통해 움직임의 힘 요소로서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도록 자극하며 균형을 잡아가도 록 이끌어야 한다. 이것은 공간과 시간 구성의 인위적인 기법으로 독자적인 구조를 갖추어 가는 과정이다. 장단은 움직임을 통제하는 능력을 키우고 움직임의 강 ‧ 약을 조절하는 능 력을 배양하며 고유의 미적 흐름을 이해시킨다.

    표 1

    ‘김백봉 기본’의 구성(Composition of Kim Paik-bong’s Fundamental Dance Movement)

    단계 구성명 반주음악 기본장단
    1 굿거리 경기굿거리 SDDH-76-1-139_T1-F1.gif
    2 살풀이 느린 시나위 SDDH-76-1-139_T1-F2.gif
    3 자진모리 가야금 자진모리 SDDH-76-1-139_T1-F3.gif
    4 당악 허튼타령 SDDH-76-1-139_T1-F4.gif
    5 타령 자진허튼타령 SDDH-76-1-139_T1-F4.gif
    6 뛰기 우조살풀이 중 굿거리 SDDH-76-1-139_T1-F6.gif
    우조살풀이 중 자진굿거리 SDDH-76-1-139_T1-F7.gif
    우조살풀이 중 자진모리 SDDH-76-1-139_T1-F8.gif

    기본훈련을 완전히 습득해 가는 과정에서는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결정하도록 허용하지 않지만 반복해서 움직여 연습하다 보면, 그 움직임이 이성적 사유를 자극하고 신체를 통해 얻어지는 경험의 감동적 계기를 제공한다. 잘 된 훈련, 건강한 동작의 반복연습을 하면서 버려서는 안 되나 버려지는 경험들, 객관적이지 않고 증명할 수도 없는 실재들이 모이면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따라서 시간적 정확성과 원칙적 전형성을 지닌 구조화된 ‘기본’을 모 범으로 지키며 반복 훈련을 통해 마치 본능적이고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혼화되도록 노력 한다.

    기본훈련의 최고 목표는 몸의 완전함이다. 무용가의 몸이 되는 것. 그 신체를 통해 구현하 는 완벽한 기법을 터득해야 한다. 얼마나 훈련이 고되고 그 엄한 과정을 견뎌내야 하는지! 다른 예술과 차별되는 것이 무용가 자신의 몸이 완전한 악기로서 재탄생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이고 반복적, 지속적인 훈련으로 춤추는 육체를! 춤으로 표현하는 육체를…(김백봉 2019, 진관동 자택에서)

    ‘김백봉 기본_굿거리’는 한국무용의 기반이 되는 기초 단계로 경기 굿거리를 반주 음악 으로 사용한다. 크게 ‘상 ‧ 하체 기본사위’와 ‘학체’ 및 ‘궁체’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무 의 순서를 바로 시작하지 않고 [숨쉬기 동작]과 [바로서기 동작]부터 배운다. [숨쉬기 동작] 과 [바로서기 동작]에서 신체의 중심부(코어)로부터 근육을 추진하고 조절하는 호흡 수행 을 이해한다. 상체와 두 다리를 곧게 세운 채 양팔을 가지런히 몸체를 따라 펴 내린 자세 ([바로서기])에서 상체를 앞으로 굽히는 [앞으로 굽히기]. [가슴모으기], [가슴펴기] 하며 숨을 내쉬고 들이마신다. 호흡의 들숨과 날숨은 근육의 긴장과 이완으로 공기의 무게감(에 너지)을 조절한다. ‘상체 기본사위’는 [바로보기], [비겨보기] 등의 ‘머리동작’과 [손바닥 바 로 펴기], [손목 위아래로 엇바꾸어 바로 돌리기], [펴들기], [감기], [짊어지기], [감아뿌리 기], [모으기] 등이 있다. ‘하체 기본사위’에는 [딛기], [떼기], [굽혀들기], [걷기], [무릎 구 부리기], [발목꺽기] 등이 있다(참조 <도판 4>). ‘상체 기본사위’와 ‘하체 기본사위’를 따로 익혀 반복한 후, 굿거리 장단을 반주음악으로 ‘상. 하체 기본사위’가 조화롭게 안무 된 연 속 동작으로 ‘김백봉 기본_굿거리’를 배운다. ‘김백봉 기본_굿거리’의 움직임 수행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몸의 올바른 정렬이고 그다음이 정확하게 움직임을 수행하는 것이다. 기초 입문 과정인 [상, 하체 기본사위]의 동작 기반훈련을 마치면 ‘학체’(참조 <도판 5>)와 ‘궁체’ 동작을 배운다. ‘학체’와 ‘궁체’는 전통적인 한국무용의 춤사위가 간직하는 자세조형 의 기본형식으로 ‘학체’는 학의 의연한 자세에 감도는 장엄함과 운치의 매끄러운 춤 선을 배우고 ‘궁체’는 힘의 팽창과 엄숙함, 움직임에서 흐르는 무게감, 중후함을 표상해 내는 훈 련이다.

    도판 4

    김백봉 연구자료 중 ‘김백봉 기본_굿거리’ 부분의 예 [바로서기](왼쪽) [굽혀들기] 전면그림(중앙)과 측면그림(오른쪽) (Kim Paik-bong’s Archival Note on Fundamental Dance of Movement_Koodkeolee).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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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판 5

    김백봉 연구자료 중 ‘김백봉 기본_굿거리’ [학체]의 올바른 동작 구현을 위한 비교 예 (Kim Paik-bong’s Archival Note on Fundamental Dance of Movement_Koodkeolee).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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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순차적으로 ‘김백봉 기본_살풀이’와 ‘김백봉 기본_자진모리’를 배운다. 첫 단계인 ‘김백봉 기본_굿거리’의 숙련도에 따라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를 동시에 배워도 되고 하체 근력이 부족한 경우 ‘김백봉 기본_자진모리’부터 배우면서 ‘김백봉 기본_살풀이’는 하체 근 력 보강 후에 들어가도록 한다. 김백봉은 첫 단계를 완전하게 마치면 작품 화관무의 기 본 춤사위로 ‘필체’를 배우는 것을 권유한다. ‘필체’는 한삼을 뿌리고 던지고 감는 등의 동 작을 통해 공간에 획을 긋고 점을 찍고 마치 글씨를 써 내려가는 동작을 통해 명필의 이상 과 힘의 안배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화관무 의상인 긴 활옷의 자태를 살리려면 몸의 좌우상하를 바로 세워야 하므로, 자세 조형을 만들어 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김백봉 기본_살풀이’는 느린 시나위를 반주 음악으로 사용한다. 이 단계 훈련에서의 주 요 요지는 ‘움직임에 감정선을 담는 것’과 [물결치기]로 ‘하체동작’을 움직여 나가는 것이 다. 여기서 감정선 훈련이란 반주 음악의 곡조와 어우러진 표현력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장단이 갖는 음률 때문에 자칫 한이나 슬픔을 담아낸 살풀이춤을 배우는 것으로 오인해 서도 안 된다. 그것은 동작을 수행하면서 손, 발, 몸 등의 동작 끝까지 마음의 시선과 호흡 이 같이 맞닿아 가도록 집중하는 훈련을 뜻한다.

    얼음을 깨는, 얼음에 빨려들어 가는 듯 바늘 끝의 촉감처럼… 춤을 끌고 가라. 허리감기 손동작을 하면서 등 뒤로 감는 손동작을 뒤에 아기를 또는 귀한 보물을 업고 있는 것처럼, 등의 호흡을 내버려 두지 마라. 발을 성의 없이 획~하고 굽혀 들지 마라! 탈곡기를 돌리듯이, 떡방아를 찧듯이 발바닥과 다리에 정성을 다해라. 너희들의 춤은 맵시는 있어 곱기는 하나 조화 같구나. 생화처럼 기의 흐름을, 생명의 혈의 느낌을 어디에도 잊지 말고 온몸에 흐르게 추어라! 춤 속에 기의 흐름을 넣어라(김백봉 2005, 서울시무용단 연습실)!

    ‘김백봉 기본_살풀이’에서 자세 정위의 특이점은 땅 위에서 춤추는 것이 아니라 마치 물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연상하며 움직이는 것이다. 물 위 수상 보드에서 균형을 유지 하듯이 물결을 따라 자세가 흔들리지 않도록 수평으로 몸을 옮겨가며 중심을 잡아 나간다. 따라서 ‘김백봉 기본_살풀이’는 하체 근력이 요구되는 동작이다. 특히 코어 근육과 허벅지 근력, 발목의 힘과 아킬레스의 유연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동작 훈련을 강행할 경우 부상의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가야금 자진모리를 반주장단으로 하는 ‘김백봉 기본_ 자진모리’는 앞, 뒤로 이동하며 움 직이는 훈련이 주된 목적이다. 무대 위의 무용수가 객석의 감상자를 상대로 다가가고 물러 서며 동작한다.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대위(代位)적인 느낌에 집중하면서 전신의 동작 제어와 감각을 깨우치는 훈련단계이다. 경쾌한 발놀림을 짧게 끊고, 또 길게 당겨오면서 앞, 뒤로 방향을 신속하고 무리 없게 전환하며 움직인다. 반주악기인 가야금 연주 특성을 이해하여 줄을 뜯고, 튕기고, 농현(弄絃)하듯 발바닥의 감각을 살려 움직이도록 한다. 반주 음악에 맞추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발로 연주하듯 동작을 수행한다. 빠른 하체 동작 에도 상체는 흔들림 없는 몸의 자세를 유지하여야 하고 전체 움직임이 출렁거리지 않으면 서 보다 정확하게 자세를 구현해야 한다. 그것은 어깨나 손목, 팔 관절의 힘을 주고 풀어 빼는 조절이 자연스럽게 진행될 때 가능하다. ‘김백봉 기본_ 자진모리’의 상체동작에서는 좌, 우가 다른 에너지 방향으로 움직이는 복합 동작이 많아 앞서 앞의 두 단계 훈련보다 다양하고 확장된 동작조형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어서 무대 정면 앞 ‧ 뒤로 주고받던 방식 을 왼쪽, 오른쪽으로 바꿔가며 회전 동작에도 응용한다. 회전할 때 발을 딛고 찍으며 생기 는 무적(舞跡)은 가상의 모형을 만들 듯이 발동작을 빠르지만 섬세하게 움직인다. 계속해 서 주고받는 동일한 방식을 사선 방향에도 적용하여 앞 ‧ 뒤로 빠르게 움직이며 신체를 조정하는 동작을 훈련한다.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배운 모든 방향을 종합하여 동작에 연풍 대와 돌고 뛰기를 더하면서 고도의 기술을 수행한다. ‘김백봉 기본_ 자진모리’는 전래 전통 놀이의 하나인 ‘우리 집에 왜 왔니?, 꽃 찾으러 왔단다.’ 노래하며 상대 팀과 견주어 밀고 밀리며 즐겁게 노는 발랄한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김백봉 기본_당악’의 반주음악은 허튼타령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 훈련 목표는 개인 동 작인 회전기술의 이해이다. 중심점을 양발 중 어디에 두고 회전하는가 또 어떻게 중심점을 옮겨가서 반대로 도는가를 인지하여 받아들이도록 동작이 전개되며 회전력을 활용한 효율 적인 운동 기본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중심점과 함께 회전축인 몸의 균형에 대한 지도도 필요하다. 360도를 나누어 발을 돌려 딛어가며 제자리에서 돌기를 반복하여 수행 한다. 훈련을 반복하면서 회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의 원인(Torque: 운동역학에서 물체를 회전시키는 힘의 효과)을 무용수 스스로가 어떻게 생성하고 있는지에 대한 운동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회전력을 생성하는 것 못지않게 회전이 멈추고 자연스럽게 회복하는 원리 도 중요하다. 회전력을 사용하여 돌고, 앉고, 나아가고, 뛰고 하는 움직임의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고 동작하며 기술을 훈련한다. 김백봉은 자연현상과 생활 주변에서 회전운동을 비 롯한 모든 것들의 원리와 모습을 관찰하고 응용하여 동작할 때 연상하도록 했다.

    팽~팽~팽이의 맴돌이, 프로펠라가 도로로~ 헬리콥터가 둥둥, 기차 바퀴가 철커덕 힘을 주어 잠시 멈추었다가 칙칙폭폭 굴러간다. 본 적 있니? 회오리바람이 세차게 불며 하늘을 찌를 듯이 오르더니 다시 땅으로 아주 낮게 내리며 사라지는 것을 보았니? 어린 시절 장마 때가 되면 대동강의 힘찬 물줄기가 윗마을 살림살이를 싣고 왔다. 둥둥 떠내려 온 큰 독이 수상해서 젊은이들이 잡아 올리니 어린아이가 독 안에서 큰 늙은 호박을 파먹고 있었다. 우리 모두 감동하여 박수치며 환호했다. 강물이 다리 기둥을 만나면 물살은 힘차게 맴돌이한다. 숨이 찬지 거품을 토해낸다. 그 거품을 타고 제비는 수상스키를 타다가 거품이 걷히면 가볍게 날아오른다(김백봉 2008, 대조동 연습실).

    자연은 조건 없이 차별 없이 누구나 받아주고 안아주는 것 같다. 산에 오르다 보면 산들이 어깨동무하고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 든다. 보고 느낄 수 없다면 가질 수도 없는 것이 자연이 고 그러면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예술이다(김백봉 2005, 구산동 자택).

    ‘김백봉 기본_타령’의 반주음악은 자진 허튼타령이며 무대 공간에서 원을 그리며 동작하 는 군무훈련단계이다. 각 개인은 앞서 배운 ‘김백봉 기본_당악’의 회전기술을 맘껏 활용하 면서 일치하는 호흡 패턴과 간격을 유지하여 균형 있는 큰 원 대형 구도를 구현한다. 무용 수들은 원심력과 구심력의 작용을 느끼면서 저항하기보다는 그 힘을 이용하면서 움직이고 자세를 취한다. 놀이동산에 있는 컵돌이 기구를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기구 전체 바닥이 회전함과 동시에 각 컵도 각각 돌고 있듯이 무용수는 컵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단지 실제로 무대 바닥이 돌지 않기 때문에 무용수는 무대 바닥이 돌고 있다고 관객이 착각할 정도로 대형을 유지하며 같은 에너지와 간격을 유지해 나간다. 이는 완전히 습득된 걷고 딛기 동작을 전제로 한다. ‘김백봉 기본_타령’의 시작은 무대 가운데에 붙어 모여 집합해 있다가 밖으로 분산하며 대형을 만든다. 대위 관계에 있는 반대쪽 무용수와 서로 시선과 호흡, 에너지를 맞춰 조화를 이룬다. 정해진 트랙을 돌 듯이 원대형을 따라 움직이며 균형 있는 공간 활용과 통일된 방향성을 보여주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균등한 에너지 배분에 힘쓴다. 무대는 정사각형보다 직사각 형태가 많으므로 원보다 타원형을 그려야 하는 경우 가 많다. 타원형 구도에서 무용수는 원 구도에서 직선으로, 직선 이동에서 원 구도로 자신 의 위치에 따라 움직임의 방향성을 잘 안배해야 전체 대형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 엔 원을 벗어나 각각 흩어지면서 다음 뛰기 단계로 자리 배치하여 개인 회전 동작을 하면 서 공간과 호흡을 정리한다. ‘김백봉 기본_타령’의 전체 느낌은 항상 발랄하고 생동 있게 진행되며 대형을 만들어 가면서 균형감과 통일감을 만들어 가는 공간구성 방법을 이해하 는 김백봉의 군무작품을 형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무대형상 훈련단계이다.

    ‘김백봉 기본_뛰기’의 반주음악은 우조 살풀이로 굿거리, 자진 굿거리, 자진모리장단에 맞추어 동작의 속도를 점증적으로 바꾸어 끌어 올린다. 뛰기동작의 운동의 질적, 양적 확 장과 대형 전이 방법, 역학적 기하학적 형상구조 등 김백봉이 연구소를 개원하면서 부터 꾸준히 해왔던 한국무용 연구에서 ‘김백봉 기본_뛰기’로 도약기법을 정립한 것은 1962년 겨울방학이다. 재직하고 있었던 서라벌예술대학의 연습실에서 차디찬 공기를 느낄 수 없 을 만큼 방학 내내 뛰고 돌기를 반복하며 동작을 연구했다. 심지어 당시 김백봉은 차녀를 임신한 몸이었다. 주변의 걱정에도 오히려 연습을 거듭할수록 더 신나고 힘이 넘쳤고 뛰는 동작 연습의 태교 덕분에 달리기를 1등만 하는 막내딸이 태어났다며 술회했다. 김백봉이 마지막 기본단계의 명칭을 특별히 뛰기라고 강조한 배경이 짐작되는 증언이다. 앞 단계의 모든 기술을 종합하고 변용하면서 앉았다가 뛰고, 뛰며 앉고, 돌고 뛰고, 뛰면서 돌고, 제자 리에서, 앞으로 나아가면서, 옆으로 가면서, 뒤로 물러나면서 뛰는 동작을 만들고 또 속도 를 빠르게 진행하면서 체계를 완성해 냈다. 뜀 에너지를 회전력으로 전환하고 반대로 회전 력을 이용해서 도약하는 운동 원리를 체험적으로 역학적으로 연구했다. 널뛰기, 그네타기 등, 공중 동작과 착지 동작에 발현되는 역학적 운동 원리를 연구하면서 한국미의 전형적인 정체성을 갖춘 신체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했다. 무조건 몸을 꼿꼿하게 세워 높이 도약하는 것만이 아니라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효과적이고 이상적인 몸의 기울기를 계산 했고 팔, 다리 동작과도 매치 되는 각도와 방향을 생각하며 디자인했다.

    ‘김백봉 기본’은 한국무용 기본동작과 운영 및 조형원리의 기저방안을 담은 기술체계이 다. 구조의 기저에는 김백봉의 창조원리들이 잠재되고 또 작용해서 구축되었고 끊임없는 연구와 모형적 변형을 통해 정립되었다. 따라서 김백봉 춤원형의 보전원리이고 재창조 작 업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형상작업의 주재(主宰)이다. 여섯 단계로 구성된 한국무용 기 본 순서를 마스터했다고 해서 김백봉이 기대하는 완전한 춤추는 몸이 될 수는 없을 것이 다. 반복적으로 지속적인 연습이 뒤따라야 한다.

    춤은 몸으로 표현 하는 함축적인 문학! 깊은 속에서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무엇! 함축적 인 동작이 우리춤의 특징이다. 이야기를 생략하고 표현은 절제하며 동작 하나로 한‧흥‧멋이 그저 전달되는, 스토리보다 속에서 우러나는 감정을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 기 위해 훈련을 많이 해야 속 깊은 의미가 제대로 전달된다(문화일보 2012).

    손을 드는 동작도 호흡과 더불어 온몸을 같이 움직이면 선이 곱고 무리가 없다. 순간에 비춰지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이 크고도 영원한 작품을 남길 수 있다. 한 모습~ 한 컷(cut)이~ 핀센트(pincette)로 집어내듯이 내 마음으로 들어와 순간 무엇이 느껴진다(김백봉 2017, 일본 동경에서).

    ‘김백봉 기본’에서 발견되는 구조의 각 구성단계의 관계를 도식화하면 <도판 6>과 같다. 앞서 서론에서 밝혔듯이 최초의 작업 단계에서부터 장단별로 목적을 갖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김백봉 기본’의 구축과정이 마치 건축을 위한 설계과정과 유사하다고 생 각하게 되었다. 집을 짓고자 한다면 건축주는 한 장의 도면에 설계구상을 담아 건축사를 찾아가야 한다. 도면에 목적과 이유를 분명히 하고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어떤 이상적 삶을 꿈꾸는지 그리고 어떻게 공간을 나누고자 하는지, 그곳에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등 건축물이 실제로 지어지는 모습을 구상하는 첫 번째 단계이다. 이에 착안해서 전개 단계를 일반적인 기본구성표로 작성하여 흐름을 파악하는 방법에 더해 건축의 구조를 볼 수 있는 기초도면으로서<도면 6>과 같이 ‘김백봉 기본’을 스케치했다. 넓은 마당에 자연을 한껏 품 고 지어진 김백봉이 구상한 집에는 크게 6개의 공간이 있다. 자연공간 마당은 ‘기본’훈련 전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연상 훈련의 효과를 높여 준다. 현관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김백봉 기본_굿거리’ 공간이 나온다. 필수로 첫 번째 공간에서의 수련을 마치고 나서 다음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개별적 스타일과 활용 목적이 분명한 모든 공간은 복도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2층에 올라서면 작품명이 표기된 별도의 확장 공간 있다. 1층의 6개의 공간 의 특성과 연결되어 구성요소와 그에 필요한 형상을 더욱 확고히 하고 해석해 가며 김백봉 이 설계하여 디자인한 공간 ‘김백봉 기본’에서 무용가로서 성장하게 된다. 2층의 작품 공간 에서 선의유동은 ‘김백봉 기본_타령’에서 배운 군무의 호흡과 구도의 이상적 표현이 어떻 게 설명적으로 조형되고 안무 되는지 체득할 수 있는 곳이다. 1.5 층의 화관무는 필체의 이상과 한국의 아름다운 문화에 대한 이해를 더 해준다. 김백봉의 예술관이 가장 집약된 공간 부채춤에서는 ‘하나가 되기 위한’ 춤의 이상을 실현해 가는 데 중요한 도움이 되는 공간이다. 김백봉 산조춤 청명심수는 모든 공간의 특성을 아우르며 최종의 포괄적 완성으 로 이르게 해주는 최상층 공간이다. 수시로 도면을 분석하면서 전 수련 과정의 구조체계를 이해하고 특성을 연구하여 설계자인 김백봉의 디자인 의도를 규명해 나갈 수 있다.

    도판 6

    ‘김백봉 기본’ 구조 구성과 관계도 (Structure and relationship diagram of “Kim Paik-bong Fundamental Dance Mo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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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Ⅳ. 구조원리 요소 및 특성

    여섯 단계로 구조화되어 있는 ‘김백봉 기본’에서 발견되는 원리 요소들은 잠재된 김백봉 의 창조원리에 작용하여 특성을 갖게 되었고 끊임없는 연구와 모형적 변형을 가져오면서 정립되었다. ‘김백봉 기본’연구는 창조 정신의 바탕이 된 의식과 관념 그리고 의식과 관념 을 있게 한 경험들을 탐구하는 것이고, 구체화하는 창조적 도구의 원리 그리고 정립 과정 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또 종합되는가에 대한 원리를 체험하는 것이다. 체험으로 첩경(捷 徑)인 길이 생겨나고 길이 있는 곳에 수습은 필수과정이다.

    구조의 각 단계에서 논의했던 동작 구성을 분석하여 종합해 보면 전체 구조원리의 기반 이 되는 요소를 몇 가지로 정리하여 특성을 설명할 수 있다. 김백봉 고유의 움직임 방식이 기에 개발에 적용된 원리의 이해는 작품해석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따라서 ‘구조원리 요 소’는 ‘운동원리 요소’이면서 어떻게 작위 하여 구현하였는가 하는 ‘형상원리 요소’이다.

    ① 전면성(상대성)

    김백봉은 동작을 조형하고 동작의 변형에 대해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을 때 무용수의 신체 정서를 어떻게 관객이 받아들이고 경험하는지를 우선하여,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방 향으로 조형했다. 즉 ‘김백봉 기본’은 무대라는 공간에서 전면에 앉아 있는 관객에게 무용 수의 가장 효율적인 전달이라는 목적에서 춤의 선, 동작 각도, 시선, 공간 활용과 안배 등 등을 전제로 구축했다. 관객이 수용하려는 태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겠지만 그에 대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무용수의 연기기술과 동작기술 체계를 구성하여 관조(觀照) 과정의 구조적 특성을 고찰하고 몸의 움직임으로 그 의미를 구체화함으로써 충분한 거동언어를 갖추고자 했다.

    ② 공간성

    관객과 무용수 사이에 이루어지는 공감을 전제로 한 무용공간이다. 운동의 질량이 갖는 범위, 각도, 방향성, 고도, 한계 등을 고려하여 시각 설계하고 의미범주를 형상하는 공간구 성이다. 위치 정위(定位)를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하며. 전, 후, 좌, 우, 상, 하의 조화 및 합리적인 배분과 공간 활용, 통일감 있는 방향을 고려하여 무용수와 무용수 그리고 무용수 와 관객 간의 대위(對位)성의 배려를 하면서 공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에너지를 채우고 비우는 것을 근본으로 한다.

    ③ 집중과 중심화

    동작을 훈련하면서 신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모든 내 ‧외적 면에 요구되는 요소이다. 몸 의 중심을 항상 코어에 두고 모든 동작을 이어가고 마무리한다. 동작할 때에도 항상 자신 의 몸과 정신을 연결하여 집중하며 조절한다. 동작을 수행하며 자세의 양적, 질적인 정확 성에 항상 집중해야 한다. 동작하며 몸의 올바른 정렬에 대해 집중하고 중심을 바로 하여 건강하고 안정된 움직임이 되도록 한다. 기본동작 수행을 하면서 몸이 직면하는 의미를 관찰하면서 재조직한다. 움직임에 대한 집중은 의식과 움직임을 조화롭게 이끌어 주고 반 복된 훈련을 통해 주체적 중심화를 터득하는 체험을 하게 한다. 이것은 기량의 완숙함에 그치지 않고 무용수 자신의 몸과 움직임을 통찰할 수 있게 한다.

    ④ 호흡과 조절

    동작의 시작부터 끝까지 호흡의 들숨과 날숨으로 모든 움직임을 조절한다. 들숨과 함께 근육의 긴장은 단순히 힘을 주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날숨의 이완도 힘을 완전히 버 리는 것이 아니다. 공기의 무게감, 에너지를 조절하는 것이다. 어떻게 숨을 비축하는가는 날숨이라도 늘 집중해서 조절해야 한다. 에너지의 전달은 관객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향을 인지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군무의 통일성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에너지의 크기와 방향의 일치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한 동작 한 동작에 강 ‧ 약을 조절하는 것은 반주음악의 약속인 장단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이를 잘 조절하고 자연스럽 게 흐르도록 하는 것은 군무가 통일되는 필수요소이다.

    ⑤ 상관성

    동작의 처음과 끝이 서로 이어 통하여 마무리되는 수미(首尾) 상관의 특성을 갖는다. 상 관성은 동작구조를 안정하게 만들고 강조의 효과도 높혀 준다. 동작의 전달 효율성을 극대 화하고 시작과 끝이 일관성 있게 합리화되어 보다 조직적으로 구조를 체계화했다. 기하학 적인 구도와 엄격한 형식의 추구인 고전주의의 발레의 이상과 유사하다. ‘김백봉 기본’의 원칙적인 특성이 획일적인 것으로 오인 될 수 있다. 그러나 획일적 움직임이 아니라 김백 봉 예술의 고유성이 드러나는 움직임으로서 본질적인 특성인 기술체계를 반복 훈련하여 규명하는 것이다.

    ⑥ 점증적인 유동성

    심박수와 호흡의 빈도를 점점 증가시키는 흐름으로 동작 속도와 동작 강도를 점증적으 로 구성하여 디자인되었다. 또한, 움직임의 연속성을 다양한 동작요소들로 잘 조형하여 어 떻게 움직여야 하는 가를 세세하게 발전시켜 나가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⑦ 연상 표현성

    추상적인 단순한 이미지로부터 상상력을 고취 시켜 새로운 영감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도 록 훈련을 통해 창조력을 축적해 나간다. 반복적인 훈련과정에서 하나의 관념이 다른 관념 을 불러일으키며 생각을 스크린을 돌리듯 계속 연상하도록 자극하여 표현성을 극대화한다. 단순하지만 심장과 호흡을 조절하여 공감지수의 특성을 자극한다. 단아하면서 고요하고, 깨끗하면서 품격있는, 정감 가면서 소박한, 우아하면서 은은한, 자연의 일부인 듯 둥굴고 넉넉한 등 지속적으로 연상하여 움직임을 확장하고 능동적으로 변화하면서 몸의 감각을 인지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즉 동작기술의 기능훈련과 함께 창작적 표현에 매료 되어 연상하는 훈련을 동시에 진행한다.

    특성이 드러나는 기초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요소로 설명할 수 있는 ‘김백봉 기본’은 원칙적이고 규정적인 전형성을 갖고 있다고 규정할 수 있다. 각도, 형, 시간적, 공간적인 정확한 틀로 설명할 수 있는 전형성은 반복되는 연습을 통해 마치 본능적인 자유로운 움직 임으로 혼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김백봉은 ‘왜 춤을 추는가?’라는 물음에 하나를 위해 춤추 라고 강조한다. 김백봉에게 춤추는 신체는 그 어는 것보다도 월등한 지각력을 지녔고 보다 많은 정서적 경험을 간직하며 폭넓은 관념을 구성하는 우주이다.

    하나를 위해 춘다 함은 무대 위에서 춤출 때의 정신을 말한다. 온 힘이 하나 되어 몰아지경 에 이름을 말함이다. 무대로 향하는 발걸음은 혼례식장의 신부처럼 늘 수줍다. 무대를 항상 두려워하고 관객에게 최선을 다해 친절해야 한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현장 무대 예술에선 작은 것 하나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점검하여 완벽을 추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공연이 끝나고 가지는 아쉬움과 반성은 무용가로 하여금 다시 무대에 서게 되는 이유가 된다 (김백봉 1983, 1997).

    Ⅴ. 결 론

    김백봉이 구축하고 정립한 ‘김백봉 기본’의 형식기반과 구조체계를 분석하고 구조의 특 성원리 요소를 고찰하였다. ‘김백봉 기본’은 그가 배우고 경험한 이상적 움직임의 다양한 양식을 모형적 변용을 적용하여 구축한 ‘동작원리 기반으로서의 기술체계’이다. 철저하게 무대예술을 전제로 관객에게 최적의 심상유인(心像誘因, Image Stimulus)을 유도해 낼 수 있도록 이루어진 모형적 변용(Deformer)이다(안병헌 1992, 196). 몸의 움직임으로 이루어 진 언어(거동언어)로서 독자적인 충분한 표현 기능을 갖추기 위한 의도적인 작업이었고 심리적이고 감각적일 수 있도록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인위적인 동작 질량의 변용을 적용 했다. 전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영감이 내재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전체 구조를 단 순화하고 조직적으로 체계화했다. ‘김백봉 기본’은 김백봉 예술형식의 기반이며 하나의 예 풍으로 상징되는 특성이자 김백봉 춤의 원형을 규정하는 기준이다. 즉 창조적 개념과 원리 들이 잠재된 김백봉 춤의 전형성, 정체성, 고유성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김백봉 기본’은 인체역학, 운동원리에 입각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위한 ‘운동 원리 체계’이다. 그리고 통일감 있고 효과적으로 안무 된 작품으로 무대에 펼쳐질 수 있도 록 설계된 ‘조형원리 체계’이다. 현대적 감각과 다양한 기교개발에 민족적, 한국적, 정서적, 리듬적 공감의 한국무용 형식으로 정립하였다. 이것은 김백봉의 독자적인 경지를 구축한 것이면서 한국무용의 형을 만들고 제시하는데 실질적으로 기여하여 한국무용의 기본형식 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기본연구 및 구축과 관련해서 김백봉은 기본 보급을 통한 무용 이미지 제고에 기여했고 교육자로서 후진 양성에도 공헌했다. 또한 기본연구와 무보 집 발간 등 무용학 연구에도 일익을 담당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분명한 준거로서 무용사 적 의의가 있다.

    김백봉은 완벽함을 목표로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나서 공연 후엔 시행착오를 반성하면서 계속 작품을 수정하며 발전시켜 나갔고 때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만들어 갔다. 따라서 작품 에 대한 그의 고뇌와 사유방법을 이해하고 시대에 따라 계속 연구해 갔던 방향성을 분명할 때 온전한 보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용의 현장성은 항상 변질의 계기가 잠재할 수밖에 없다. 재창조의 과정에서 다양하게 개입되는 표현기법을 적용하면서 ‘변질인 가?’, ‘발전인가?’에 관한 고민은 보전이라는 승계의 사명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논의한 바와 같이 ‘김백봉 기본’은 김백봉만의 특징적 거동언어의 타당성을 잠정적으로 규정하였고 구축하는 과정에서 사유의 기초적인 판단이 작용하여 정립되었다. 그러므로 ‘김백봉 기본’은 그의 예술세계를 규명하고 보전해 나가는 데 있어서 창조적 보고의 초석 이며 예술형식의 기반이므로 ‘원형’과 ‘모범’으로서 재창조 이상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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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3 서울 종로구 낙원동 김백봉 무용연구소 (Jongno-gu Nakwon-dong Kim Paik-bong Dance Research Institute).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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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 서울 중구 묵정동 한국예술무용연구소 수료식과 교육풍경 (Joong-gu Mukjeong-dong Kim Paik-bong Korean Art Dance Research Institute).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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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백봉이 기록한 기본 춤사위 연구에 관한 아카이브 (Kim Paik-bong’s Archival Note on Fundamental Dance Movement).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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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백봉 연구자료 중 ‘김백봉 기본_굿거리’ 부분의 예 [바로서기](왼쪽) [굽혀들기] 전면그림(중앙)과 측면그림(오른쪽) (Kim Paik-bong’s Archival Note on Fundamental Dance of Movement_Koodkeolee).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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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백봉 연구자료 중 ‘김백봉 기본_굿거리’ [학체]의 올바른 동작 구현을 위한 비교 예 (Kim Paik-bong’s Archival Note on Fundamental Dance of Movement_Koodkeolee). (사)김백봉춤연구회,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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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백봉 기본’ 구조 구성과 관계도 (Structure and relationship diagram of “Kim Paik-bong Fundamental Dance Movement”

    Table

    ‘김백봉 기본’의 구성(Composition of Kim Paik-bong’s Fundamental Dance Mov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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